호치민에서 나를 기다리는 ㄲ(11)-가슴 두근거리는 순간
과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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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9.20
호치민에서 나를 기다리는 ㄲ(10)-드디어 첫 만남
( https://xn--cw0bw33b.com/bbs/board.php?bo_table=free&wr_id=687118 )
에서 계속됩니다.
그녀가 미리 주문한 음식은
서양식 세트요리였습니다.
우리나라 고급 음식점이나 결혼식장에서 볼 수 있듯이
전채와 빵, 작은 생선요리, 스테이크, 후식이
차례대로 나왔습니다.
10여 년 전, 제가 한 번 도움을 준 분을
런던에서 우연히 만나 Southbank의
Skylon restaurant에서 식사대접을
받은 순간이 되살아나는 느낌이었습니다.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조심스럽게 대해야 할
상대방이라는 것은 공통점이었지만
(40세지만) 나보다 젊은 여성이 오늘의 주인공이고
인생의 선배가 과거의 주인공이라는 점은 달랐습니다.
전채를 먹으면서 인사를 나누는데
처음 영상통화를 할 때의 호감이 되살아났습니다.
황제의 ㄲ들처럼 항상 미소를 띠고 있고,
나이보다 젊게 느껴지는 목소리가
분위기를 밝게 했습니다.
매력적인 여성과 함께 있으니
경계심이 풀리고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와인 한 잔 하실래요?"
그녀가 이끄는 분위기에 맞춰 주기 위해
그렇게 하자고 했습니다.
와인을 잘 모르는 제가 평소 하던대로
red sparkling wine을 달라고 하자
그녀는 만면에 웃음을 띠더니
"제가 대신 주문해도 되죠?"라고 하고는
뭔가를 주문했습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라며 약간 당황한 순간
"이제 적어도 세 시간은 저와 함께 계셔야 해요.
와인을 마신 후 차를 몰고갈 수는 없으니까요."
그 때까지도 이 ㄲ을 가장 의심스럽게 생각한 건
포르쉐였고, 이걸 태워주면 장기를 떼어내기 위해
자신의 집단으로 납치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상상을
계속 하고 있었으므로 '차를 타지 않아도 되겠다'
라는 안도감이 몰려와서 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중간에 나를 가라고 하지 않는 이상
당신이 운전할 수 있을 때까지 함께 있을게요."
이미 많은 이야기를 나눈 사이지만
우리의 수다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학창 시절과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
직업과 사회생활 이야기, 취미와 여행과 운동 등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여유롭게 보이는 생활을 하지만
나름 열심히 사는 돌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게 이렇게 많은 시간을 쓰는 이유가 뭔가요?"
처음 연결된 후 며칠이 지난 후부터
ㄲ이 사기꾼이 아닐 경우에 왜 내게 접촉했는지
항상 의문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이야기 상대가 필요했어요.
친구나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아무 이야기나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고
그래서 언제라도 연락을 끊을 수 있는
SNS 친구를 만들려고 했어요."
ㄲ에 따르면 몇 번 연락하다 아무 때나
끊을 수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우연히 페이스북에 "알 수도 있는 사람"으로
한국인이 떴고
(그녀는 사회에서 만난 한국인 몇 명을 알고 있고
페이스북으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 번 보낸 게 시작이라 했습니다.
그 후에 제가 반응을 보이지
제 페이스북을 샅샅이 뒤져본 결과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연락하게 되었고,
몇 번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게 되었답니다.
오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녀는 결혼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었고
재혼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 듯했습니다.
"우리 자리를 옮기죠.
이 건물에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카페가 있으니
우리도 그들 틈에 끼어 보죠"
식사하느라 이미 두 시간을 넘겼지만
그녀가 하자는 대로 약간 소란한 느낌의 카페로 가서
알코올이 대사될 시간을 좀 더 가졌습니다.
시간이 깊어가면서 카페에 손님이 줄기 시작했습니다.
호치민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카페 내부에서 문을 열고 나간 위치에서
잡담을 계속하다 보니
'헤어질 때 마무리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때 그녀가 제 눈을 똑바로 2초 정도 주시하더니
"우리 친구사이 맞죠?"
"그럼요!"
"지금 당신을 보고 있으니
나를 안아보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안 돼요. 우리는 오늘 처음 만났으니까요.
대신 손 한 번 잡는 건 허용해 줄게요"
라며 손을 내밀었습니다.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그녀의 눈을 주시하며
오른손으로 그녀가 내민 오른손을 잡았습니다.
제 장관님이 한강유람선을 타고 가다가
손시리다고 했을 때 잡아 본 순간과
거의 똑같은 감촉이 느껴졌습니다.
그녀의 손은 40살의 손이 아니라 20대의 손이었습니다.
"당신은 좋은 친구가 분명해야.
내가 아는 많은 남자들은 지금과 같은 순간에
제 의견 무시하고 껴안은 경우가 많았는데
당신은 내 의견을 존중해 주고 있잖아요"
라고 하길래 그녀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는데
그 순간 그녀가 저를 꼭 껴안는 것이었습니다.
그녀가 나를 인정해 준다는 느낌은 좋았지만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긴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어제 하노이 도착 후 충전기 선이 박살났습니다.
지금 후에로 가서 구해볼 예정입니다만
못 구하면 카페에 접속이 어려울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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