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에서 나를 기다리는 ㄲ(11)-가슴 두근거리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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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에서 나를 기다리는 ㄲ(11)-가슴 두근거리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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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에서 나를 기다리는 ㄲ(10)-드디어 첫 만남

https://xn--cw0bw33b.com/bbs/board.php?bo_table=free&wr_id=687118 )

에서 계속됩니다.


그녀가 미리 주문한 음식은 

서양식 세트요리였습니다.

우리나라 고급 음식점이나 결혼식장에서 볼 수 있듯이

전채와 빵, 작은 생선요리, 스테이크, 후식이

차례대로 나왔습니다.


10여 년 전, 제가 한 번 도움을 준 분을

런던에서 우연히 만나 Southbank의

Skylon restaurant에서 식사대접을

받은 순간이 되살아나는 느낌이었습니다.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조심스럽게 대해야 할

상대방이라는 것은 공통점이었지만

(40세지만) 나보다 젊은 여성이 오늘의 주인공이고 

인생의 선배가 과거의 주인공이라는 점은 달랐습니다.


전채를 먹으면서 인사를 나누는데 

처음 영상통화를 할 때의 호감이 되살아났습니다.


황제의 ㄲ들처럼 항상 미소를 띠고 있고,

나이보다 젊게 느껴지는 목소리가 

분위기를 밝게 했습니다.


매력적인 여성과 함께 있으니 

경계심이 풀리고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와인 한 잔 하실래요?"


그녀가 이끄는 분위기에 맞춰 주기 위해

그렇게 하자고 했습니다.

와인을 잘 모르는 제가 평소 하던대로

red sparkling wine을 달라고 하자

그녀는 만면에 웃음을 띠더니

"제가 대신 주문해도 되죠?"라고 하고는

뭔가를 주문했습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라며 약간 당황한 순간

"이제 적어도 세 시간은 저와 함께 계셔야 해요.

와인을 마신 후 차를 몰고갈 수는 없으니까요."


그 때까지도 이 ㄲ을 가장 의심스럽게 생각한 건

포르쉐였고, 이걸 태워주면 장기를 떼어내기 위해

자신의 집단으로 납치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상상을

계속 하고 있었으므로 '차를 타지 않아도 되겠다'

라는 안도감이 몰려와서 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중간에 나를 가라고 하지 않는 이상

당신이 운전할 수 있을 때까지 함께 있을게요."


이미 많은 이야기를 나눈 사이지만

우리의 수다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학창 시절과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

직업과 사회생활 이야기, 취미와 여행과 운동 등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여유롭게 보이는 생활을 하지만

나름 열심히 사는 돌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게 이렇게 많은 시간을 쓰는 이유가 뭔가요?"

처음 연결된 후 며칠이 지난 후부터

ㄲ이 사기꾼이 아닐 경우에 왜 내게 접촉했는지

항상 의문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이야기 상대가 필요했어요.

친구나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아무 이야기나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고

그래서 언제라도 연락을 끊을 수 있는

SNS 친구를 만들려고 했어요."


ㄲ에 따르면 몇 번 연락하다 아무 때나 

끊을 수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우연히 페이스북에 "알 수도 있는 사람"으로

한국인이 떴고 

(그녀는 사회에서 만난 한국인 몇 명을 알고 있고

페이스북으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 번 보낸 게 시작이라 했습니다.


그 후에 제가 반응을 보이지 

제 페이스북을 샅샅이 뒤져본 결과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연락하게 되었고,

몇 번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게 되었답니다.


오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녀는 결혼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었고

재혼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 듯했습니다.


"우리 자리를 옮기죠. 

이 건물에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카페가 있으니

우리도 그들 틈에 끼어 보죠"


식사하느라 이미 두 시간을 넘겼지만 

그녀가 하자는 대로 약간 소란한 느낌의 카페로 가서

알코올이 대사될 시간을 좀 더 가졌습니다.


시간이 깊어가면서 카페에 손님이 줄기 시작했습니다.

호치민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카페 내부에서 문을 열고 나간 위치에서

잡담을 계속하다 보니

'헤어질 때 마무리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때 그녀가 제 눈을 똑바로 2초 정도 주시하더니

"우리 친구사이 맞죠?"

"그럼요!"

"지금 당신을 보고 있으니 

나를 안아보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안 돼요. 우리는 오늘 처음 만났으니까요.

대신 손 한 번 잡는 건 허용해 줄게요"

라며 손을 내밀었습니다.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그녀의 눈을 주시하며

오른손으로 그녀가 내민 오른손을 잡았습니다.


제 장관님이 한강유람선을 타고 가다가

손시리다고 했을 때 잡아 본 순간과 

거의 똑같은 감촉이 느껴졌습니다.


그녀의 손은 40살의 손이 아니라 20대의 손이었습니다.

 

"당신은 좋은 친구가 분명해야. 

내가 아는 많은 남자들은 지금과 같은 순간에

제 의견 무시하고 껴안은 경우가 많았는데

당신은 내 의견을 존중해 주고 있잖아요"

라고 하길래 그녀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는데

그 순간 그녀가 저를 꼭 껴안는 것이었습니다.


그녀가 나를 인정해 준다는 느낌은 좋았지만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긴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어제 하노이 도착 후 충전기 선이 박살났습니다.

지금 후에로 가서 구해볼 예정입니다만

못 구하면 카페에 접속이 어려울 수도 있겠습니다.

댓글 34
아이미 09.20 09:21  
연애드라마 한편 같아요 부럽네요
과사랑 작성자 09.20 10:30  
잘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이제 끝을 향해 갑니다.
새우쟁이 09.20 09:21  
진짜 여꿈회원님들은 필력이 작가수준들이시네... 굿입니다^^
과사랑 작성자 09.20 10:31  
정말 감사합니다.
더 노력하겠습니다.
예가체프 09.20 09:45  
일단 여기까지는 주도권을 뺏기신 것으로 보입니다 ^^
과사랑 작성자 09.20 10:32  
저도 점점 주도권을
빼잇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수시로 ㄲ이 고수의
향기를 풍기곤 했습니다.
꿀벌 09.20 09:55  
첫만남부터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주도할 줄 아는 친구군요..^^

다음이야기가 기대됩니다..^^

과사랑 작성자 09.20 10:33  
추측인데 이렇게 주도를
잘 하는 ㄲ이
남편에게 필이 꽂혀
인생에 굴곡을 겪고나서
더 단단해진 듯했습니다.
사람좀살자 09.20 10:00  
글을 정말 잘쓰십니다~~
과사랑 작성자 09.20 10:33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꽃등심 09.20 10:36  
즐거운 시간이셨겠는데요?
저는 조금있다 황제에...ㅋㅋㅋ
과사랑 작성자 09.20 10:52  
저 때까지는
다음 생각할 필요없이
아주 좋았습니다.
꽃등심 09.20 14:23  
ㅋㅋㅋㅋㅋ 다음 글이기다려 집니다ㅋㅋ
판사 09.20 10:49  
므흣한 시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설레는 시간정도는 된것 같습니다! ^^
다음후기를 기대하고 싶어요~ ㅎㅎㅎ
과사랑 작성자 09.20 10:53  
제 글은 항상 기대는
금물입니다.
기대를 충족했다면
지금처럼 살 리가
없습니다.ㅎㅎ
행복여행 09.20 11:14  
필력이 무슨 베스트셀러 소설 보는것 같습니다
잘보고.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과사랑 작성자 09.20 11:33  
공항에서 대충 쓴 건데
과찬이십니다.
글루미나이트 09.20 11:15  
ㄲ이 거침없네요...
이끌려 가는것도 그것만의 매력이 있지요..
과사랑 작성자 09.20 11:33  
주도권 넘겨주었지만
당차고 멋있어 보여서
좋았습니다.
울랄라담덕 09.20 11:20  
기다리던 글이 올라와 너무 좋았는데
다음편을 또 기다려야 하군요 ㅜㅜ
빠르게 다음 스토리가 올라오길
바래봅니다 ~~~~^^
좋은날 되셔요~~~~ㅋ
과사랑 작성자 09.20 11:35  
더 쓸 내용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충전기만 구하면
오늘 중에 다음 글
올리겠습니다.
지나갈진 09.20 11:28  
와.. 이글을 먼저 봤다가 궁금해서 1부터 정주행 했네요.
소설읽는것보다 더 재미있어요. 글솜씨도 수려하시고, 현실이라는 매리트까지!!
다음 이야기도 고대하고 있겠습니다~^^
과사랑 작성자 09.20 11:36  
끝이 보이는데
용두사미가 될까 걱정입니다.
지나갈진 09.20 11:39  
해피앤딩이든 배드앤딩이든
이미 용두용미입니다~^^
남은 일정도 무탈하시길 비랍니다!
키스 09.20 12:11  
여자가 더 적극적인 느낌입니다 ㅋㅋㅋ
과사랑 작성자 09.20 12:32  
돌싱이 유부남에게 적극적이면
결과가 어떻게 될까요?
저도 모르겠습니다.ㅎㅎ
문덕아재 09.20 13:38  
아주 좋아 보입니다 부럽네요
과사랑 작성자 09.20 13:52  
저 순간에는 그랬습니다.
옥수수 09.20 19:12  
테토녀? 느낌인가요 ㅎㅎ
과사랑 작성자 09.20 19:21  
4월까지는 테토와
애견의 뜻을 몰랐는데
그 후로 그녀가 테토녀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싱글라이더 09.20 21:13  
후기 감사합니다.~~
과사랑 작성자 09.20 22:20  
관심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레이브디거 09.22 20:41  
영화 한편 찍으셨네요. 여꿈에서ㄲ없이 제일
불쌍한 사람은 이제 분명 저네요. ㅠ
과사랑 작성자 09.22 22:51  
저도 영화나 꿈 속에 잠시 들어갔다 나온 느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