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선물을 자랑합니다
과거에 3년간 비서 역할을 하다 퇴직한 여직원이 있었습니다.
결혼을 위해 갑자기 퇴직을 하게 되어 후임자를 구했는데 마지막 출근한 날
인수인계를 하고, 후임자에게 언제든 연락하라고 연락처를 전해 준 후
후임자가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컴퓨터속 파일들을 정리하고 메모를 남기느라
저녁 8시에 짐을 가지러 아버지가 오셨을 때 짐만 보내고 계속 일을 했습니다.
아무 소리 하지 않고 언제 가는지 지켜보고 있었는데
새벽 1시 20분에 인사를 하고 나갔습니다.
(그 때까지 가끔씩 제게 왜 퇴근 안 하시느냐고 이야기를 하기는 했습니다)
그 전에도 무슨 일이든 맡기기만 하면 완벽하게 처리하려고 노력하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그 후로 1년에 한 번 정도 인사차 오곤 했는데 그 때마다 작은 선물을 가져오곤 했습니다.
(저는 선물을 아주 싫어하므로 매번 잔소리를 했지만 습관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몇몇 분들이 가끔씩 "일 할 생각이 있느냐?"고 알아보곤 했지만
당장은 애를 키워야 한다면 일을 시작하지 않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5년 여가 지난 후 임시로 3년 정도 일할 사람이 필요해졌습니다.
영어가 필요한 일이었는데 그녀는 영어를 아주 잘 합니다.
그래서 퇴짜맞을 각오를 하고 조심스럽게 일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예상외로 긍정적으로 대답을 해서 다시 함께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여름에 가족이 코타키나발루로 여행을 다녀오면서 말레이지아에서 나온 멸치 과자를 사 왔습니다.
그 멸치과자는 제가 먹어본 술 안주중 가장 맛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하자 선물을 한 사람들에게 연락을 해서
포장을 뜯지 않은 사람들 멸치를 거두어서 전해 주는 바람에
며칠간 캔맥주를 마시며 엄청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1월 둘째주에 싱가포르에 갈 일이 있어서 버스타고 말레이지아로 넘어가
멸치를 사 와야겠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을 바꾸어 베트남에 가야겠다고 말레이지아는 못 가겠다고 했는데
그걸 기억하고 있다가 말레이지아에 직접 주문해서 받은 멸치과자를
오늘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 것입니다.
선물이 두 상자인데 하나가 아래의 말레이지아 멸치이고, 다른 하나는 먹태 등 역시 제가 좋아하는 안주입니다.
옆에 앉아 있는 동갑내기 다른 여직원(둘이 아주 사이가 좋음)은
"이러니 내가 PJH를 못 당하지"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부터 크리스마스 선물이 모두 소진될 때까지 캔맥주 수십개를 마셔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