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까지 와서 농사라니…(12월 여행 3부)
비행기가 연착되는 바람에 원래 새벽 12시 30분 도착 예정이었던 비행기가 1시 30분이 되어서야 도착했습니다. ㅜ 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패트 하고 유심을 찾고, 바로 그랩을 타고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이번 숙소는 0.5박용으로 골프장 근처의 모텔입니다. 친구가 근처에 ㅂㄱㅁ가 많다고 해서 이곳으로 예약했는데, 너무 늦게 도착한 탓에 ㅂㄱㅁ는커녕 근처 구경할 시간도 없었습니다. 홈페이지 사진은 굉장히 깔끔하고 괜찮아 보였는데, 실제 시설은 그냥 그럭저럭이더군요. 그래도 하루 숙박료가 26만 동(한화 약 13,000원)이라 매우 저렴한 편입니다.
24시간 체크인이 가능하다고 해서 믿고 갔는데, 모텔 셔터가 내려가 있어서 살짝 당황했습니다. 다행히 잘로로 연락하니 바로 열어주더군요. 리셉션에 있던 예쁜 언니가 쪽잠을 자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여튼 숙소에 들어가 샤워를 마치니 새벽 3시 30분. 그런데 골프는 떤손넛 골프장에서 6시 티오프. 늦어도 5시 20분에는 나가야 하니 많이 자도 2시간밖에 못 자는 상황입니다.친구랑 잠깐 얘기하다 잠이 들었는데, 1시간 정도 눈을 붙였을까요. 이제는 나이도 있고 체력도 떨어져서 이틀 밤을 거의 새는 게 정말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ㅜㅜ
아침 5시에 일어나 대충 세수만 하고 짐을 챙겨 이제 밭 매러 나갑니다. 이번 여행은 유부 친구와 함께하는 여행이라 인증샷이 필요해 어쩔 수 없이 골프 라운딩을 포함하게 되었습니다. 호치민에 떡 먹으러 와서 농사라니요…
저도 한때는 잔디를 좀 깎아봤지만, 클럽을 잡은 지 5년은 된 데다(최근에 연습장은 몇번 가봤지만) 거의 밭만 매다 올 것을 예상했습니다. 그래서 친구에게 “제발 우리 그냥 가서 농사짓지 말고, 클럽하우스 입구에서 인증샷만 찍자”고 간곡히 부탁했지만, 이제 막 골프를 시작해 재미를 붙인 친구가 꼭 쳐야 한다며 고집을 부렸습니다.
도착해 보니 클럽하우스가 꽤 멋졌고, 골프장은 36홀 규모의 코스였습니다. 저희보다 약간 젊은 베트남 커플과 함께 조인해 라운딩을 시작했는데, 제 친구와 커플의 여성분이 너무 못 치는 바람에 겨우 2홀만 함께 치고 결국 빠이빠이 했습니다. ㅎㅎ 그덕에 이후엔 밀리지 않고 나름 재미있게 칠 수 있었습니다. 클럽은 렌털로 쳤는데 저는 핑, 친구는 타이틀리스였습니다. 렌털 채가 생각보다 고급 지네요 ㅎㅎ. 아버지 골프 가방에 있는 장갑 아무거나 가져왔는데 알고 보니 오른손 장갑이라 급하게 캐디한테 하나 빌려서 쳤네요 ㅎㅎㅎ
비록 스코어는 엉망이었지만, 코스가 무난하고 전장이 길지 않아 생각보다 칠 만했습니다. 특히 저는 캐디 없이 골프를 쳐온 터라 1인 1캐디 경험은 정말 신세계였습니다. 초반에는 벙커에 무지하게 들어갔는데, 제가 할 거라곤 신발에 뭍은 모래 털기뿐이라니... 심지어 피치마크를 고치려고 하면 캐디가 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그건 자기 일이라고요. ㅎㅎ 남자 캐디들이었지만 활발하고 재미있는 친구들이라 29금 농담도 주고받고, 여성 캐디보다 더 낫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물론, 예쁜 여성 캐디가 있었다면 더 좋았겠죠. ㅋㅋㅋ
무사히 18홀 라운딩을 마치고 샤워를 한 뒤 부페식으로 식사를 했는데, 솔직히 먹을 게 없더군요. 호치민에는 맛있는 음식이 많아서 굳이 맛없는 음식은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몇 숟가락 뜨다 그냥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이제 두 번째 숙소로 이동합니다.
다음 회에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다음 회부터는 여러분들이 좋아하실만한 내용이 많이 들어갈 예정입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