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영어로 고생하기(3)-보스에게 엉터리 이론(?)으로 빡빡 우기다
과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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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07
지금 소개할 내용은 약간 전문적인 내용이므로 일상용어로 통역해서 써 보겠습니다.
미국에서 일할 때 어느 날 보스(월급주는 분)가 제게 뭔가를 설명해 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있게 수 분에 걸쳐 설명을 했더니 돌아온 대답은
"I don’t know well whether you know or not.(네가 아는지 모르는지 그걸 모르겠다)"
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친절하게도 직접 자세히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제가 모르는 게 아닌데 제게 되풀이하여 설명을 해 주니 고맙기도 하지만
능력을 의심받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저도 잘 알고 있는 내용인데 자세히 설명을 하는 동안
지식부족이 아니라 영어실력 부족이 들통났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문제는 그 날 이후로 무슨 토론을 할 때마다 한동안
제게 다시 설명을 해 보라고 하니 온 몸에서 자존심 구겨지는 소리가 터져나오곤 했습니다.
어느 날, 우리 부서의 야유회 계획을 세우던 중에 제가 가는 길을 설명하는 순간
(보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들어온지 오래되지 않았고,
외국인이 많아서 가는 길을 잘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보스가 지도를 보면서 설명하라고 해서
"여기 가까운 길이 있지만 지나갈 수 없으니 돌아서 가야 한다"는 말을 하기 위해
"We can’t pass this road."라고 하는 순간 보스가
"You (are) wrong, cannot."이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내 나름대로는 지나갈 수 없음을 강조하기 위해 can’t를 "캔터"라고 크게 이야기했는데
보스가 못 알아들었구나 싶어서
"Yes (당신 말이 옳다), 위 캔터."라고 하자
보스는 또 "캔낫"이라고 했습니다.
그 후에 장황하게 설명하여 야유회 가는 길을 모두 이해하기는 했지만
가까운 길로 가지 못하니 돌아가야 한다는 제 이야기를
보스는 왜 갈 수 있다는 이야기로 알아듣고 못 간다는 걸 강조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이 이야기를 여러 한국인에게 해도 대부분 아무 반응이 없었습니다.
(제가 틀렸다는 걸 지적하지 않는 걸로 보아 모두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걸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집에 와서 장관님께 그 이야기를 하니
(남들에게 저보다 훨씬 영어실력이 낫다고 알려진) 장관님이 거실을 데굴데굴 구르면서
"여보, 중학교 1학년 제대로 안 다녔어?"라는 것이었습니다.
"상대방의 말이 옳으면 ‘Right’라고 해야지 그걸 ‘Yes’라고 했으니 갈 수 있다고 빡빡 우긴셈이 되쟎아."
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갈 수 없음을 강조하기 위해 "캔터"라고 했지만 그게 미국인에게는 "캔"이라고 들렸고
제게 제대로 가르쳐주기 위해 "캔낫"이라고 하자
저는 보스말이 옳다는 뜻으로 "Yes"라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Yes가 긍정을 의미하므로 갈 수 있다고 빡빡 우긴 결과가 되었다는 것이
장관님의 설명이었습니다.
이 설명을 듣고 나니 제가 "Yes"라 하는 순간
'평소에는 멀쩡하게 보이던 놈이 왜 이렇게 쉬운 것도 모르고 빡빡 우기지'
라고 하는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던 보스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참고로 한국에서 배운 can의 부정형 can’t는 문어체이며
회화에서는 cannot을 사용해야 한다는 걸 그 날 알았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보스는 함께 일하던 러시아인에게
한국 일본 중국의 말은 부정으로 물었을 때 대답하는 것이 영어와 반대이고
그래서 한중일 출신들이 예스와 노를 이야기할 때는 영어의 의미보다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글을 쓰다 보니 영어도 제대로 못하는 한국인의 엉터리 영어를 그대로 듣지 않고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해 주던 보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멀리서 온 이방인을 따뜻하게 대해 주던 분이고, 이제는 연락을 안 한 지 꽤 오래되었는데
당장 연락해서 은퇴할 때는 방문하겠다고 인사라도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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