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루니의 호치민 데이트코스!!
좌지클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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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9.09
안녕하십니까. 웬만해선 꽁과 데이트 전에 이렇게까지 머리를 쓰지 않는데, 이번 상대는 좀 신경이 쓰이네요. '데이트클루니'입니다.
며칠 뒤에 20대 초반 일반인 꽁과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습니다. 그동안 만났던, 시끄럽고 텐션 높은 유흥꽁들과는 결이 완전히 다른, 차분하고 조용한 친구입니다.
이런 친구에게 평소처럼 "일단 만나서 맛있는 거 먹고, 술 한잔할까?"라고 접근했다가는 시작도 전에 점수 다 까먹을 것 같더군요.
그래서 큰맘 먹고 제 모든 감각을 동원해 하루짜리 동선을 한번 짜봤습니다. 혹시나 저처럼 조용한 일반인 꽁과의 만남을 준비하는 후배님들이 계실까 싶어 공유도 할 겸, 선배님들의 날카로운 피드백도 받을 겸 글을 올립니다.
1단계 (16:00): 도자기 공방 '곰 사이공'에서 시작
일단 오후 4시쯤 만나서, 3군에 있는 곰 사이공으로 직행할 생각입니다.
제 큰 그림은 이겁니다. 어차피 초반에는 어색해서 대화도 잘 안 터질 텐데, 흙 만지고 물레 돌리다 보면 굳이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겠죠.
같이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는 최고니까요. 손에 흙 묻혀가며 웃고 떠들다 보면, 3시간은 금방 갈 것 같습니다. "도자기 구우면 2주 뒤에 찾아야 한다"는 핑계로 애프터 신청 명분을 만드는 건, 뭐 기본 중의 기본이고요.
2단계 (19:30): 저녁은 실패 없는 '피자 포피스'
도예로 감성을 좀 채웠으니, 이제 배를 채울 차례입니다. 너무 격식 차리는 파인다이닝은 서로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길거리 노점상은 좀 아닌 것 같아서 '피자 포피스'로 정했습니다. 여긴 현지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데이트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라 실패 확률이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활기차면서도 너무 시끄럽지 않아서, 아마 이때쯤이면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여러 메뉴가 다 훌륭하지만, 특히 꾸덕한 소스가 일품인 크랩 로제 파스타(정확한 메뉴이름이 기억이 안남)는 꼭 한번 시켜보시길. 아마 그녀도 한입 먹는 순간 눈이 동그래질 겁니다.
3단계 (21:00 이후): 밤 산책은 '바손 다리'에서
저녁까지 먹고 헤어지긴 좀 아쉽죠. 그래서 마지막 코스로 1군에 있는 '박당 부두'와 '바손 다리' 야경 산책을 넣어봤습니다. 부이비엔처럼 정신없는 곳보다는, 강바람 맞으면서 조용히 걷는 걸 훨씬 좋아할 것 같아서요.
요즘 새로 뜨는 야경 명소라는데, 화려한 랜드마크 81 불빛을 배경으로 다리 위를 걷다 보면 분위기가 절로 잡히지 않겠습니까. ㅋㅋ 시끄러운 음악 없이, 오직 우리 둘의 대화와 도시의 불빛만 있는 시간. 하루의 마침표를 찍기에는 이만한 곳이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떤가요? 이 정도면 "이 오빠, 좀 센스 있는데?"라는 소리 들을 수 있을까요? 너무 과하거나 부담스러운 부분은 없는지, 더 좋은 대안이 있다면 편하게 한 말씀씩 부탁드립니다.
[데이트 코스 주소록]
* 곰 사이공
https://maps.app.goo.gl/xzvu5RCvZvbKM5zY6
* 피자 포피스 1군점
https://maps.app.goo.gl/iXodFvUPx7v3uG3YA
* 박당 부두 & 바손 다리
https://maps.app.goo.gl/stXax1TyNTSW2Aza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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