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ㄲ과의 작별
과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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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8.28
점심 때까지 일하느라 식사가 늦어졌습니다.
함께 할 사람도 없어서 혼자 뭘 먹을까 하다
지난 주에 사진 올린 적 있는 순대국밥을 먹으러 갔습니다.
그리고 막걸리 한 병을 함께 마셨습니다.
제가 알코올을 즐기지는 않지만
한 잔은 좋아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음주량이 늘고 있습니다.
식사 후 카페글을 읽다 혁이님이 올려 주신 쾌락에서
낮술이 가장 점수가 높은 걸 보고 엄청 가슴이 찔렸다가
희망지기님이 올려주신 미혼모(?) 글을 읽고 열받아서
댓글 남기려던 순간
제 주변(가까이는 아니고 적당히 떨어져 있는) ㄲ A가 찾아왔습니다.
이번 주말에 9년간의 한국생활 마치고 귀국한다는 소문을 들었으므로
인사차 찾아오지 않을까 기대를 했는데 실제로 온 것입니다.
(캔디스타일로 그려 본 그림입니다)
A는 우리 기관의 외국인 중에서는 가장 길게 9년간 한국생활을 했습니다.
그 9년 중 1년간(6개월씩 두 번) 함께 일을 한 적은 있지만
개인적으로 만날 일은 거의 없이 얼굴 정도만 아는 사이였는데
소문으로 들려오기로는 엄청 능력있고,
후배들까지 잘 챙기며 아주 모범적인 외국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친해질 기회는 없었는데 수개월 전,
젊고 능력있는 다른 ㄲ B가 윗사람과 문제가 생겨서
상담을 하러 온 적 있었습니다.
(제가 상담자도 아니고, 책임질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지만
외국인들과 친하게 지내서 그런지 가끔씩 이런 일을 당합니다)
외국인과 그녀의 한국인 상관 C 사이에 문제가 있음은 파악했는데
C도 제가 익히 잘 알고 친한 후배여서
어떻게 해결해 줄까를 고민하던 중
오늘 인사를 온 ㄲ A가 유일하게
B의 상관과 좋은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A를 불러서 상황파악을 했고,
A도 중간에 낀 자신이 해결을 해 보려 했지만
C가 크게 화가 나서 나서기가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나: 너는 오래 함께 일했으니 C의 성격을 알지 않느냐?
현재의 상황은 B도 괴롭지만 C도 손해를 보는 상황인데
왜 C가 B를 이렇게 힘들게 대하는 것 같니?
A: B가 잘못한 건 맞는데 현재 C가 언제 끝날지도 모를
냉전기를 가지고 있으니 빨리 일 마치고 미국에 있는
애인을 찾아갈 계획을 가진 B가 무척 힘들어하고 있다
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 C와 가장 가까운 D로부터 C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들었고,
A를 만나서 "내가 C를 만나지는 않았고, 상황을 파악해 보니
B가 걱정하는 일은 곧 끝나고 정상으로 돌아갈 것 같다"고 알려 주었습니다.
실제로 며칠 후에 C은 한 달 이상 지속된 냉전기를 끝내고
이전으로 돌아와 B를 비롯한 아랫 사람들의 문제를 없던 것으로 하고
대안을 마련해 주었고,
B는 예전과 같은 생활로 돌아가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 직후 A가 찾아와서 "도와 주어 감사하다"는 인사를 나누면서
9년이나 같은 기관에 지내면서도
친하지는 못했던 상황을 돌이켜보며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등에 대해 처음으로 길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A는 정말 능력있는 ㄲ이어서 베트남에서는 아주 중요한 일을 할 수 있을 텐데
10월부터 다낭에서 일을 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A는 제가 호치민에 한 번 오게 했고, 그 후로 하노이에 자주 가게 한,
제가 아는 가장 능력있는 베트남 여성과도 서로 아는 사이입니다.
일찍 친해졌으면 훨씬 많은 걸 공유할 수 있었을 텐데
올해 들어와서야 허심탄회하게 미래의 계획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게 아쉽습니다.
어쨌거나 마지막 순간에 A가 잊지 않고 찾아와서 인사를 하고
연락처를 전해 주었으니
9월에 다낭에 가면 (그 때는 고향 방문중이라) 만나기 어렵겠지만
10월 이후에는 다낭에 갈 건수가 생길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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