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져밤이 꽁들을 위한 호치민 야간 코스
좌지클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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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8.23
안녕하십니까. 이제는 꽁친 눈치 볼 필요 없이, 오직 저만의 동선을 짤 수 있게 된 '솔로클루니'입니다.
아시다시피 제겐 두 명의 전 꽁친이 있었죠. 성향도 취향도 달랐지만, 딱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낮에 돌아다니는 걸 지옥처럼 싫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많은 선후배님들도 공감하실 겁니다. 새벽 늦게 잠들어 오후에나 일어나는 유흥꽁들의 생활 패턴, 그리고 햇볕에 피부 타는 걸 재앙처럼 여기는 어린 꽁들의 특성상, '낮 데이트'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낮에는 침대에서 뒹굴고, 밤에만 활동하는 당신의 '올빼미 꽁'을 위한 호치민 야간 데이트 코스입니다.
1. 호치민 광장 산책 & 레탄동 펍
가장 뻔하지만, 가장 실패 확률이 적은 클래식 코스입니다. 밤 11시쯤, 더위가 한풀 꺾인 시간에 어슬렁어슬렁 호치민 광장으로 나가보십시오.
길거리 좌판에서 파는 숯불 꼬치구이에, 편의점에서 산 시원한 맥주 한 캔. 이거 하나만으로도 꽁들은 세상 행복한 표정을 짓습니다.
거창한 레스토랑보다 이런 소소한 길거리 데이트가 더 잘 먹힐 때가 많죠. ㅋㅋ
그리고 조금만 걸어서 레탄동으로 넘어가 '84Concept' 같은 K-스타일 펍에서 소주 한잔하면, 그날 밤 4붐붐은 따놓은 당상입니다.
2. 배드민턴 or 피클볼
매일 침대 위에서만 땀 흘리는 게 지겹다면, 가끔은 밖에서 함께 땀을 흘려보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요즘은 피클볼이 대세라지만, 그냥 동네 코트에서 배드민턴만 쳐도 충분합니다.
운동 신경 없는 그녀가 낑낑대며 셔틀콕을 쫓아다니는 귀여운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덤이죠.
함께 땀 흘리고 난 뒤, 근처 허름한 노포 식당에 앉아 즐기는 늦은 저녁 식사는 그 어떤 파인다이닝보다 더 로맨틱합니다. 저 역시 이 코스 덕분에 반깐(Bánh canh), 반쯩(Bánh xèo) 같은 찐 로컬 길거리 음식들을 섭렵할 수 있었죠.
물론, 그녀가 땀 흘리는 모습에 흥분해서 밥 먹다 말고 숙소로 복귀한 적이 더 많았던 것 같네요. ㅋㅋ
3. 빈홈 센트럴파크 & 랜드마크 81 심야영화 (현지인 코스프레)
밤의 빈홈 센트럴파크는 낮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줍니다. 수많은 현지인 가족, 연인들 틈에 섞여, 우리도 그들처럼 돗자리 하나 펴고 앉아 맥주를 마시는 겁니다.
사이공 강변의 야경을 바라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 이게 진짜 베트남에 사는 것 같은 기분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죠.
제가 추천하는 최고의 코스는, 저녁 식사 후 랜드마크 81에서 심야 영화를 미리 예매해두고, 영화 시작 전까지 센트럴파크에서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는 겁니다.
관광객이 아닌, 마치 호치민에 사는 연인처럼 하루를 보내는 것. 이 '현지인 코스프레'야말로, 그녀에게 당신이 다른 '오빠'들과는 다른 특별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꿀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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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애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