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클루니의 마지막 제안: 2억 동과 제주도
좌지클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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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8.16
안녕하십니까. 로맨스에 진심이었으나, 결국 현실의 냉혹함에 중도 포기 할까?도 생각했던 '로진클루니'입니다.
선후배님들, 연재가 타임라인대로만 흘러가니 너무 길어지고 루즈해지는 감이 있네요.
제 막장 시트콤이 그렇게 정직한 장르는 아니지 않습니까? ㅋㅋ
이제부터는 시간 순서와 상관없이, 제목과 함께 그날그날 꽂히는 에피소드를 풀어내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가보겠습니다.
자, 그럼 오늘은 그녀와의 관계가 막바지로 치닫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당시 그녀는 제게 판티엣에 계신 어머니를 위해 집을 지어야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죠. 그녀의 엄마는 이모집에서 꼽사리껴서 살고 있어서 눈칫밥 먹으면서 살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매달 2천만 동이 넘는 돈을 쏴주고 있었으니, 1년쯤 지났을 땐 당연히 어느 정도 목돈이 모였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웬걸, 그녀의 금고에 잔고는 절 처음 만났을때와 차이가 없더라구요;;
꽁바꽁이겠지만, 그녀는 정말이지 상상 초월의 게으름뱅이였습니다. 선배님들은 아시잖아요? 20대 꽁들이 얼마나 하루살이처럼 세상을 사는지. 답답한 마음에 제가 직접 돈을 모아주기로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이게 바로 '셀프 가스라이팅'의 최종 단계였던 것 같습니다.
좌클: "니, 내가 지금부터 9개월 동안 돈 모아서 2억 동, 한방에 쏴줄게. 네가 모은 돈이랑 합쳐서 집 짓자."
(앞으로 그녀의 이름은 '니'라고 하겠습니다. 베트남에 '니' 많잖아요? ㅎㅎ)
니: "그럼 오빠가 매달 주던 생활비는? 난 뭘로 살아?"
좌클: "안나가요로 일하면 한 달에 얼마나 버는데?"
니: "열심히 하면... 1,500만 동쯤?"
좌클: "그럼 그걸로 아껴서 잘 살아보자."
이건 뭐 옆에서 지켜본 제가 장담하는데, 애초에 불가능한 미션이었습니다. TC 50만 동에 가끔 터지는 팁으로 생활하려면 매일 출근해도 모자랄 판에, 일주일에 두세 번 나가는 게으름뱅이가 무슨 수로 버티겠습니까.
역시나, 며칠 뒤 그녀에게서 상상을 초월하는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니: "오빠, 그냥 나 제주도 가서 일하면 안 돼?"
...순간 정적이 흘렀습니다. 제가 잘못 들었나 싶었죠. 당시 그녀는 이미 저 몰래 손님과 2차를 나갔다가 5번이나 걸린 전적이 있는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제주도 원정'은 차원이 다른, 그야말로 선을 씨게 넘는 발언이었죠.
좌클: "너 지금 제정신이야? 또라이니?"
니: "친구가 제주도에서 한 달 일하고 1억 5천만 동을 벌어왔대. 딱 한 번만 눈감아주면 안 될까?"
그 말을 듣는 순간, 남아있던 정마저 다 떨어져나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저는 이미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그냥 마음대로 하라고 했습니다. 결국 그녀는 돈을 벌겠다며 다낭으로 떠났고, 그때부터 대놓고 손님들과 2차를 나가기 시작했죠.
물론 그 덕분에, 저는 그녀에게 주기로 했던 2억 동을 고스란히 아낄 수 있었습니다. ㅋㅋ 개꿀.
지금 그녀는 다낭에서 새로운 호구 하나를 잘 물어서 잘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그녀가 밉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엽죠. 부디 다음 호구는 저보다 돈이 훨씬 많은 사람이길, 그래서 다시는 제주도 같은 험한 곳에 갈 생각 안 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뭐, 세상살이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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