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탕에 얽힌 ㄲ과의 추억
과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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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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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우습게 안다고 가끔 글 올리는 우리 막내 직원(30대 후반의 초등학생 엄마)이 어제 생김새 답지 않게 애교를 피더니 마라탕을 사 줄 수 없느냐고 해서 오늘 점심 때 함께 갈 수 있는 이들 다 불러오라고 했습니다.
공식적인 점심시간은 12:30-13:30이지만 제가 부서장일 때부터 12시에 나가므로 다른 부서사람들을 불러 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만 잘 하면 되지 점심시간이 왜 중요하냐는 게 제 주장이므로 (주말이나 야근을 수당 없이 수시로 하는 게 제 일상인 건 이미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 우리 부서 사람들은 일이 밀리면 알아서 더 하고 일이 없으면 재량껏 일찍 퇴근이나 휴가 사용을 하고 있습니다.
기관에서도 그걸 알므로 우리 부서에 일거리를 가져오기는 하지만 왜 자리에 없느냐는 말은 안 합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5명이 함께 식사를 했는데 막내가 작년 8월에 베트남으로 돌아간, 그 전 2년 동안 저와 가장 가깝게 지낸 ㄲ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섭취량이 적고, 모든 걸 잘 먹는다고 하면서도 사실은 음식을 좀 가리던 그 ㄲ은 마라탕을 좋아했습니다.
입에 맞기도 하지만 음식을 남기면 그 다음부터는 사 주지 않는다고 했으므로 뭔가를 먹으러 갈 때마다 다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선택하기 위해 귀엽게 고민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마라탕은 소신껏 양을 퍼담을 수 있어서 남기지 않을 수 있으므로 이 ㄲ이 자주 선택한 음식입니다.
작년 8월에 귀국할 때 제가 "가장 친하고, 카페에 가장 많은 사진을 올린 ㄲ이 떠난다"고 했는데 우리 부서로 들어오는 문에 그 ㄲ의 결혼사진이 붙어 있는 등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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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전에 선물로 데려간 여주 루덴시아에서 중간에 서길래 애인 설 자리 비워두라고 하고 제가 찍어 준 사진이고![]()
지난 1월, 베트남에서 결혼할 때 방문하여 찍은 사진입니다.
맨 위에 마라탕 다섯 개 있는 사진을 보내며, "네가 여기에 없으니 우리가 마라탕을 먹을 기회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하자
"I miss maratang, too...."로 시작하는 답변이 왔습니다.
4월 30일에 하노이에서 일이 끝나면 호치민 가려다 풀방으로 못 가게 되었는데 점심 먹다가 든 생각이 (제게 무지 잘 하는) 이 ㄲ의 남편에게 연락하여 ㄲ 몰래 신혼살림을 차린 곳에 방문이나 해야겠습니다.
이미 두 번(동생 결혼식, 본인의 결혼식 전날 파티)이나 몰래 나타나서 놀라게 해 주었는데 이번에는 남편과 짜고 또 한 번 놀라게 해 주어야겠습니다.ㅋㅋㅋ
(오래간만에 카톡메시지를 보냈더니 제가 글 올리는 중에도 계속 메시지가 날아오고 있습니다.ㅎㅎ)


그레이브디거
꿀벌
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