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탕에 얽힌 ㄲ과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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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탕에 얽힌 ㄲ과의 추억

과사랑 20 16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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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우습게 안다고 가끔 글 올리는 우리 막내 직원(30대 후반의 초등학생 엄마)이 어제 생김새 답지 않게 애교를 피더니 마라탕을 사 줄 수 없느냐고 해서 오늘 점심 때 함께 갈 수 있는 이들 다 불러오라고 했습니다.


공식적인 점심시간은 12:30-13:30이지만 제가 부서장일 때부터 12시에 나가므로 다른 부서사람들을 불러 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만 잘 하면 되지 점심시간이 왜 중요하냐는 게 제 주장이므로 (주말이나 야근을 수당 없이 수시로 하는 게 제 일상인 건 이미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 우리 부서 사람들은 일이 밀리면 알아서 더 하고 일이 없으면 재량껏 일찍 퇴근이나 휴가 사용을 하고 있습니다. 


기관에서도 그걸 알므로 우리 부서에 일거리를 가져오기는 하지만 왜 자리에 없느냐는 말은 안 합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5명이 함께 식사를 했는데 막내가 작년 8월에 베트남으로 돌아간, 그 전 2년 동안 저와 가장 가깝게 지낸 ㄲ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섭취량이 적고, 모든 걸 잘 먹는다고 하면서도 사실은 음식을 좀 가리던 그 ㄲ은 마라탕을 좋아했습니다.


입에 맞기도 하지만 음식을 남기면 그 다음부터는 사 주지 않는다고 했으므로 뭔가를 먹으러 갈 때마다 다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선택하기 위해 귀엽게 고민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마라탕은 소신껏 양을 퍼담을 수 있어서 남기지 않을 수 있으므로 이 ㄲ이 자주 선택한 음식입니다.


작년 8월에 귀국할 때 제가 "가장 친하고, 카페에 가장 많은 사진을 올린 ㄲ이 떠난다"고 했는데 우리 부서로 들어오는 문에 그 ㄲ의 결혼사진이 붙어 있는 등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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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전에 선물로 데려간 여주 루덴시아에서 중간에 서길래 애인 설 자리 비워두라고 하고 제가 찍어 준 사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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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베트남에서 결혼할 때 방문하여 찍은 사진입니다.


맨 위에 마라탕 다섯 개 있는 사진을 보내며, "네가 여기에 없으니 우리가 마라탕을 먹을 기회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하자


"I miss maratang, too...."로 시작하는 답변이 왔습니다.


4월 30일에 하노이에서 일이 끝나면 호치민 가려다 풀방으로 못 가게 되었는데 점심 먹다가 든 생각이 (제게 무지 잘 하는) 이 ㄲ의 남편에게 연락하여 ㄲ 몰래 신혼살림을 차린 곳에 방문이나 해야겠습니다.


이미 두 번(동생 결혼식, 본인의 결혼식 전날 파티)이나 몰래 나타나서 놀라게 해 주었는데 이번에는 남편과 짜고 또 한 번 놀라게 해 주어야겠습니다.ㅋㅋㅋ


(오래간만에 카톡메시지를 보냈더니 제가 글 올리는 중에도 계속 메시지가 날아오고 있습니다.ㅎㅎ)

댓글 20
그레이브디거 03.06 14:03  
부서장은 눈치껏 일찍 퇴근하셔야지, 야근이나
휴일근무를 하시면, 밑에 직원들이 엄청
불편해했을것 같아요. ㅎㅎ
과사랑 작성자 03.06 14:11  
우리 부서원들은 저를 우습게 알므로 제가 있건 없건 신경 안 씁니다.ㅋㅋ
퇴근 시간 전에 "오늘 일 다 끝났으니 퇴근할게요"라고 하고 나가기도 합니다.
제가 이래 보여도 아주 민주적인 상관이었습니다.
지금은 부서장 그만 뒀다고 아랫 것들이 제게 이야기 안 하고 현 부서장에게만 보고하지만 말입니다.ㅎㅎ
꿀벌 03.06 14:03  
마라탕 맛있어보입니다..^^

예전 기억이 떠오르게 만드는 음식이네요..^^
과사랑 작성자 03.06 14:11  
오래간만에 먹으니 더 맛있었습니다.
유후유후휴 03.06 14:04  
서프라이즈의 진심이시네요ㅎㅎ
과사랑 작성자 03.06 14:12  
가족들에 따르면 이 ㄲ이 눈치가 없기도 하고 (가족중 동생결혼식에 제가 참석하는 걸 눈치채지 못한 유일한 사람이었음), 놀라면 반응이 크게 나오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수시로 놀라게 해 주고 싶은 생각이 들곤 합니다.ㅎㅎ
인천공항 03.06 14:40  
마라탕을 좋아하시는군요~~ 전 아직까지 마라탕을 못 먹어봐서 맛을 모르겠습니다~~!!!
과사랑 작성자 03.06 14:57  
다른 나라에서 먹는 마라탕은 매워서 힘들 때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한국화가 되었는지 맵기를 조절할 수 있어서 아주 좋습니다.
03.06 14:45  
ㄲ 몰래 신혼살림을 차린곳 이라는 표현에서 저만 나쁜생각했나봅니다 반성합니다
과사랑 작성자 03.06 14:58  
한국말은 띄어쓰기나 어디를 끊느냐에 따라서 오해를 사는 경우가 많이 있죠. 저도 다시 읽어보고 웃었습니다.
하루 03.06 14:53  
마라탕 먹어 봤는데 저는 그닥 이더라구요 ㅋㅋ
과사랑 작성자 03.06 14:59  
제 주변에는 마라탕 좋아하는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도 양을 조절할 수 있어서 적게 먹어야 되겠다 싶을 때 자주 갑니다.
산소 03.06 15:00  
이런 친한 인연 있으면 너무 좋겠네요~^^
과사랑 작성자 03.06 15:07  
조만간 놀래 주러 가야겠습니다.
키스 03.06 15:37  
마라탕이 그립다니ㅋㅋㅋ

저랑은 공감되지않네요ㅋㅋㅋ
과사랑 작성자 03.06 16:55  
그래서 세상에 음식이 다양하고 다른 것들도 다양한 겁니다.ㅋㅋ
삼성헬퍼 03.06 16:15  
마라탕 너무좋지요 ㅋ 전 오늘 훠궈 먹고왔네요^^
과사랑 작성자 03.06 16:55  
Who go 앞에 있으면 과식하게 된 음식 중 하나이므로 저는 자제가 필요합니다
귀품 03.06 23:39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의 좋아하는 음식까지 기억해가며 배려하시는 모습에 감동입니다^^. 여꿈 숙소 예약이 불가하다고 호치민 방문을 포기하시는 것보다는 자주 가시는 동선 인근의 숙소를 찾아 새로운 루트를 경험해 보시는 것도 괜찮습니다...변화는...불편함도 있을 수 있지만 새로운 것들도 만들어주는 마법이 있으니까요 ㅎㅎ 홧팅입니다
과사랑 작성자 03.07  
하노이에 출장차 갔다가 출장마치고 호치민 가려 했는데 예약을 못해서 출장 전에 (반겨주는 ㄲ없는) 호치민 먼저 방문하고 출장후에는 과거 인연에게 서프라이즈이벤트를 만들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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