ㄹㅌㅌ에서 ㄲ에게 찜을 당하다(2)
과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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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7.06
ㄹㅌㅌ에서 ㄲ에게 찜을 당하다(1)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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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ㅌㅌ 거리를 빠져 나오니
‘나도 ㄹㅌㅌ 가 봤다’하는 느낌과 함께
‘기억에 남을 신기한 경험을 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지만
저를 찜한 ㄲ이 어떤 ㄲ인지 점점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럴 때 충동적으로 술 한 잔 하러 갔다가는 바가지를 쓸 가능성이 크므로
술 마시러 가지 않기 위해 예방용으로 술을 한 잔 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좋아해서 가끔씩 가는 Pub인
Pasteur Street Brewing Co.가 멀지 않은 곳에 있었으므로
작은 요리를 하나 주문해 놓고, 보통의 경우처럼 석 잔을 마셨습니다.
술을 마시며 ㄹㅌㅌ에서 경험한 장면을 되새겨 보니
ㄲ에 대한 호기심이 커져 갔지만 바가지에 대한 걱정으로
다시 ㄹㅌㅌ으로 갈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얘는 한국말을 어찌 그렇게 잘 하지?’
‘ㄹㅌㅌ은 원래 일본인들이 모여드는 거리 아닌가?’
‘20대 중반정도로 보이는 나이에 비해 말투나 태도가 아주 능숙해 보이던데 베테랑인가?’
‘수입 올리려는 것 외에 조금이라도 순수함이 있을까’
갖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면서
그 ㄲ을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은 들었지만
ㄹㅌㅌ으로 되돌아갈 생각은 눈곱 만큼도 없었습니다.
시간은 어느 새 9시를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일단 떠 보기 위해 잘로로 지금 뭘 하는지를 물어 보니
예상대로 손님이 없어서 심심하다며 오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는 오늘 일이 많아서 갈 수가 없다.
오늘 둘러보니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ㄹㅌㅌ에 가고 싶지도 않다.
네가 응해준다면 너의 일이 끝난 후에 만나고 싶다”
새벽이 되어야 일이 끝난다는 답이 왔고, 또 한 번 자기를 보러 오라고 했습니다.
나도 아직 여러 시간이 지나야 일이 끝난다는 메시지를 보낸 후
혼자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뭘 했는지 반은 추측하시는 것이고, 반은 키페에서 쉬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부정기적으로 메시지가 왔지만 열어 보지도 않고 무시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자정이 지났습니다.
뭐하느냐? 빨리 일 끝내고 자신이 있는 곳으로 오라.
오빠 보고 싶어와 같은 메시지가 와 있었지만
그런 내용에는 대답하지 않고
ㄹㅌㅌ이 유명해서 어떤 곳인지 분위기 파악을 위해 간 것일 뿐
둘러 보니 더 이상 가고 싶은 곳이 아니라는 이야기와 함께
처음에는 할아버지라 해서 기분이 나빴지만
너는 이쁘고, 당돌하고, 자신감 넘치는 장점이 있으니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만들어감으로써
행복한 인생을 누릴 수 있을 거라는 격려를 해 주었습니다.
그 직후에 막연히 예정에는 있었지만 시간 약속은 하지 않았던
베트남의 지인을 만나는 바람에
또 술을 한 잔 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그 ㄲ을 만날 수도 있을 거라는 기대가 조금은 있었기에
최대한 술을 적게 마시며 객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보니 2시가 되었습니다.
친목 외에 둘이 해결해야 할 일도 있었으므로 다음 날(사실은 그 날) 다시 만나기도 하고
헤어진 후 또 술을 깨기 위해 카페로 갔습니다.
2시 반경 “어디 있어요?”라는 문자가 왔습니다.
제가 있는 카페의 사진을 찍어 보내며
방금 일이 끝나서 이제 쉬고 있다고 하자
집에 안 가는지를 물었습니다.
“너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지금까지 기다렸는데
네가 ㄹㅌㅌ 밖에서 나와 만날 생각이 전혀 없다면 이제 숙소로 가려 한다”
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 직후 또 메시지가 중단되었습니다.
이미 늦은 시간이었으므로 선라로 돌아와야했지만
마시던 음료수가 남아 있었고,
이왕이면 술이 깬 후에 움직이기 위해 계속 카페에 앉아 있었습니다.
약 40분 후, 그녀가 불쑥 제 앞에 나타났습니다.
ㄲ: 술 한 잔 사 주세요. 비싼 걸로.
그런데 말투가 약간 진지해 보였습니다.
5초쯤 얼굴을 뚫어지게 노려보며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려고 했습니다.
나: 오늘만 제외하고 언제든 사 줄게. 여기 왜 온 거니?
ㄲ: 내 인생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거 책임질 수 있어요?
나: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책임지는 거야.
하지만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하는 사람에게 어떤 길이 더 좋은 길인지,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게 어떤 것인지를 가르쳐 주는 게 아니라 함께 찾아볼 수는 있지.
한국어 실력이 대단해서 다시 한 번 놀랐고,
장난기 어린 모습은 사라지고 진지해 보이는 모습이
저녁에 본 모습과 달라 보여서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제가 왜 ㄲ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이야기했는지를 간단히 설명한 후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려면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한다고 했지만
ㄲ은 1분 이상 말이 없었습니다.
잘로에 표시된 이름이 진짜 이름인지 물으며 말을 꺼냈습니다.
제 SNS를 모두 알려주고, 베트남인들도 많이 볼 수 있을 거라 하면서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으면 뒤져 보라고 했습니다.
그녀는 무슨 생각에 잠긴 듯 계속해서 말이 없었습니다.
“이제 네가 먼저 말을 걸지 않는 한 나는 말을 하지 않겠다.”
그녀는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제 SNS를 보고 있는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런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10분쯤 지난 후 표정이 약간 밝아지더니
“할아버지라고 해서 미안해요. 오늘은 이만 갈게요.”
라며 먼저 자리를 떴습니다.
저도 카페를 나와 선라이즈로 돌아왔습니다.
참 신기한 날도 있다고 생각하며, 잠잘 준비를 하는데 ㄲ으로부터 메시지가 왔습니다.
“다음에 만나자고 하면 만나주셔야 해요. 오늘처럼 너무 튕기지 마시구요.”
뭔가 진지한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무조건 예스라 했다가는 ㄹㅌㅌ으로 오라고 할 때
약속을 안 지킨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으므로
“가능한한 노력할게”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시간은 이미 4시를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후로 이 ㄲ은 ㄹㅌㅌ에서 일하기를 그만 두었다는 소식을 전해 왔습니다.
그 후로 지금까지 5개월 이상 지나는 동안 두세 차례 메시지를 주고 받은 게 전부지만
SNS를 통해 서로가 지켜보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아직은 다음 일을 준비하는 중이지만 언젠가 더 좋은 소식을 전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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