ㄹㅌㅌ에서 ㄲ에게 찜을 당하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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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ㅌㅌ에서 ㄲ에게 찜을 당하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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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ㅌㅌ에서 ㄲ에게 찜을 당하다(1)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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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ㅌㅌ 거리를 빠져 나오니

나도 ㄹㅌㅌ 가 봤다하는 느낌과 함께

기억에 남을 신기한 경험을 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지만

저를 찜한 ㄲ이 어떤 ㄲ인지 점점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럴 때 충동적으로 술 한 잔 하러 갔다가는 바가지를 쓸 가능성이 크므로

술 마시러 가지 않기 위해 예방용으로 술을 한 잔 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좋아해서 가끔씩 가는 Pub

Pasteur Street Brewing Co.가 멀지 않은 곳에 있었으므로

작은 요리를 하나 주문해 놓고, 보통의 경우처럼 석 잔을 마셨습니다.

 

술을 마시며 ㄹㅌㅌ에서 경험한 장면을 되새겨 보니

ㄲ에 대한 호기심이 커져 갔지만 바가지에 대한 걱정으로

다시 ㄹㅌㅌ으로 갈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얘는 한국말을 어찌 그렇게 잘 하지?’

ㄹㅌㅌ은 원래 일본인들이 모여드는 거리 아닌가?’

‘20대 중반정도로 보이는 나이에 비해 말투나 태도가 아주 능숙해 보이던데 베테랑인가?’

수입 올리려는 것 외에 조금이라도 순수함이 있을까

 

갖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면서

그 ㄲ을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은 들었지만

ㄹㅌㅌ으로 되돌아갈 생각은 눈곱 만큼도 없었습니다.

 

시간은 어느 새 9시를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일단 떠 보기 위해 잘로로 지금 뭘 하는지를 물어 보니

예상대로 손님이 없어서 심심하다며 오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는 오늘 일이 많아서 갈 수가 없다.

오늘 둘러보니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ㄹㅌㅌ에 가고 싶지도 않다.

네가 응해준다면 너의 일이 끝난 후에 만나고 싶다

 

새벽이 되어야 일이 끝난다는 답이 왔고, 또 한 번 자기를 보러 오라고 했습니다.

나도 아직 여러 시간이 지나야 일이 끝난다는 메시지를 보낸 후

혼자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뭘 했는지 반은 추측하시는 것이고, 반은 키페에서 쉬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부정기적으로 메시지가 왔지만 열어 보지도 않고 무시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자정이 지났습니다.

 

뭐하느냐? 빨리 일 끝내고 자신이 있는 곳으로 오라.

오빠 보고 싶어와 같은 메시지가 와 있었지만

그런 내용에는 대답하지 않고

 

ㄹㅌㅌ이 유명해서 어떤 곳인지 분위기 파악을 위해 간 것일 뿐

둘러 보니 더 이상 가고 싶은 곳이 아니라는 이야기와 함께

처음에는 할아버지라 해서 기분이 나빴지만

너는 이쁘고, 당돌하고, 자신감 넘치는 장점이 있으니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만들어감으로써

행복한 인생을 누릴 수 있을 거라는 격려를 해 주었습니다.

 

그 직후에 막연히 예정에는 있었지만 시간 약속은 하지 않았던

베트남의 지인을 만나는 바람에

또 술을 한 잔 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그 ㄲ을 만날 수도 있을 거라는 기대가 조금은 있었기에

최대한 술을 적게 마시며 객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보니 2시가 되었습니다.

 

친목 외에 둘이 해결해야 할 일도 있었으므로 다음 날(사실은 그 날) 다시 만나기도 하고

헤어진 후 또 술을 깨기 위해 카페로 갔습니다.

 

2시 반경 어디 있어요?”라는 문자가 왔습니다.

제가 있는 카페의 사진을 찍어 보내며

방금 일이 끝나서 이제 쉬고 있다고 하자

집에 안 가는지를 물었습니다.

 

너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지금까지 기다렸는데

네가 ㄹㅌㅌ 밖에서 나와 만날 생각이 전혀 없다면 이제 숙소로 가려 한다

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 직후 또 메시지가 중단되었습니다.

이미 늦은 시간이었으므로 선라로 돌아와야했지만

마시던 음료수가 남아 있었고,

이왕이면 술이 깬 후에 움직이기 위해 계속 카페에 앉아 있었습니다.

 

40분 후, 그녀가 불쑥 제 앞에 나타났습니다.

: 술 한 잔 사 주세요. 비싼 걸로.

그런데 말투가 약간 진지해 보였습니다.

5초쯤 얼굴을 뚫어지게 노려보며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려고 했습니다.

 

: 오늘만 제외하고 언제든 사 줄게. 여기 왜 온 거니?

: 내 인생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거 책임질 수 있어요?

: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책임지는 거야.

하지만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하는 사람에게 어떤 길이 더 좋은 길인지,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게 어떤 것인지를 가르쳐 주는 게 아니라 함께 찾아볼 수는 있지.

 

한국어 실력이 대단해서 다시 한 번 놀랐고,

장난기 어린 모습은 사라지고 진지해 보이는 모습이

저녁에 본 모습과 달라 보여서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제가 왜 ㄲ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이야기했는지를 간단히 설명한 후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려면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한다고 했지만  

ㄲ은 1분 이상 말이 없었습니다.

잘로에 표시된 이름이 진짜 이름인지 물으며 말을 꺼냈습니다.

 

SNS를 모두 알려주고, 베트남인들도 많이 볼 수 있을 거라 하면서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으면 뒤져 보라고 했습니다.

 

그녀는 무슨 생각에 잠긴 듯 계속해서 말이 없었습니다.

 

이제 네가 먼저 말을 걸지 않는 한 나는 말을 하지 않겠다.”

그녀는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SNS를 보고 있는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런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10분쯤 지난 후 표정이 약간 밝아지더니

할아버지라고 해서 미안해요. 오늘은 이만 갈게요.”

라며 먼저 자리를 떴습니다.

 

저도 카페를 나와 선라이즈로 돌아왔습니다.

참 신기한 날도 있다고 생각하며, 잠잘 준비를 하는데 ㄲ으로부터 메시지가 왔습니다.

 

다음에 만나자고 하면 만나주셔야 해요. 오늘처럼 너무 튕기지 마시구요.”

뭔가 진지한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무조건 예스라 했다가는 ㄹㅌㅌ으로 오라고 할 때

약속을 안 지킨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으므로

가능한한 노력할게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시간은 이미 4시를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후로 이 ㄲ은 ㄹㅌㅌ에서 일하기를 그만 두었다는 소식을 전해 왔습니다.

그 후로 지금까지 5개월 이상 지나는 동안 두세 차례 메시지를 주고 받은 게 전부지만

SNS를 통해 서로가 지켜보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아직은 다음 일을 준비하는 중이지만 언젠가 더 좋은 소식을 전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댓글 32
그레이브디거 07.06 14:03  
너무 재미있는데요. 소중한 경험이시겠네요.
저도 어제 꽌부이를 갔다가 레탄동거리를 걸었는데, 저에겐 이런 행운이 안오더군요. ㅠ
역시 할아버지도 뎁짜이 할아버지여야되는가
봅니다.
과사랑 작성자 07.06 16:16  
제가 자수하듯이 늙은 쏘우짜이여서
ㅈㄱ에 끼는 것도 눈치 보입니다.
저 날 이후 ㄹㅌㅌ은 가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민이민이 07.06 14:15  
영화속 한장면처럼, 긴 여운이 남는 후기네요. ^^
과장교님의 매너와, 어른쓰러움이 꽁의 마음을 흔들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과사랑 작성자 07.06 16:16  
연락이 뜸하긴 하지만 끊긴 건 아니므로
조만간 좋은 소식 전해오기를 기다립니다.
혹시 생일이라고 뜨거나 하면
선물이라도 보내 줄 예정입니다.
키스 07.06 14:28  
레탄톤은 걍 버리시죠 ㅎㅎㅎ
과사랑 작성자 07.06 16:17  
궁금해서 손님 없을 때 두 번 가 본 걸로 종쳤습니다.
누군가 아주 잘 아시는 분이 가자고 꼬시면
따라갈 생각은 쪼끔 있습니다.
김치찜 07.06 14:31  
ㄹㅌㅌ은 걷기만 해보고
BAR는 못 가겠더라구요..이상하게 그렇게 끌리지도 않고,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과장교님의 멘트가 멋지네요
자신의 인생은 본인자신이 책임지는 거야.
하지만  가야 할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하는 사람에게
어떤 길이 더 좋은 길인지, 더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게 어떤 것인지를
가르쳐 주는 게 아니라 함께 찾아볼 수는 있다

영화 대사 같아요
과사랑 작성자 07.06 16:18  
저도 두 번 걸어가기만 했습니다.
진지한 말 할 때 그리 오래 생각하고 하는 편이 아니고
말을 하면서 좋은 말 없나 생각하는 편인데
때로는 저는 잊어버린 걸 남들이 기억할 때가 있습니다.
하루 07.06 14:34  
밀당... 고수의 느낌이 느껴지네요 ㅋㅋ
다음 방벳때 밥 한번 드세요 ^^
과사랑 작성자 07.06 16:19  
저는 이성을 제대로 대하지 못하므로
평생 연애경험도 별로 없습니다.
고수가 아니라 어쩌다 보니
뭔가 특이한 상황이 벌어졌을 뿐입니다.
꽃등심 07.06 14:36  
호치민 들어가시면 또 비싼술 사달라고 연락오는거 아닐까요?
과사랑 작성자 07.06 16:21  
그럴  지도 모르지만
지금 SNS에서 전과 다르게 살고 있으니
진짜 잘 하고 있다면 한 잔 사 줘야죠!
사 줄 생각이 있으면 술 사 달라고 할 때
현금으로 줄까 물어보고 현금 줄 생각도 있습니다.
호구애즈 07.06 15:04  
과사랑님에게 인생 교육 한번 받아보고 싶네요
과사랑 작성자 07.06 16:23  
앗!  제가 좋아하는 유튜버 영상이 두 개 있는데
위 ㄲ에게도 그 내용을 이야기해 줬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JQZSRF1KBk와
https://www.youtube.com/watch?v=8AHo6PQYuLU&t=26s만
보시면 제가 할 말이 다 나옵니다.ㅎㅎ
옥수수 07.06 15:26  
어리다는 장점이 있긴하지만 너무 생각도 없고 심하게 영업도 하고 바가지도 심하고 단점들이 많은 레탄톤이쥬 ㅎㅎ
과사랑 작성자 07.06 16:23  
그래서 무서워서 안 가다가
궁금해서 하루 가 본 게 전부입니다.
싱글라이더 07.06 15:30  
후가 감사합니다.~~
과사랑 작성자 07.06 16:25  
읽어 주시고 댓글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페리도트 07.06 15:35  
과장교님이 꽁 한명의 인생을 바꾸셨네요 ~
그꽁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네요 ~
과사랑 작성자 07.06 16:25  
아직은 이르고, 능력이 있어 보여서
멀리서 잘 되기를 응원하고 있는 중입니다.
벳남알고싶다 07.06 16:10  
그저 가벼운 후기라고 생각하고 읽다가
저도 모르게 진중하게 읽고 갑니다.
과사랑 작성자 07.06 16:25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이체크 07.06 16:42  
한사람의 삶에 작게나마 개입하는것에 대한 무거움이 느껴집니다. 그아이가 행복을 찾아가길 기원합니다.
과사랑 작성자 07.06 17:09  
아직은 다시 원래 하던 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어 보여서 주시하고 있습니다.
능력은 있는데 여건이 부족해서 기회가 되면 도와 주려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예가체프 07.06 18:19  
ㄹㅌㅌ에 다니면서 이래저래 아이들을 좀 만나봤는데..
거기도 참 가지각색 이더군요

눈탱이쳐서 돈 버는데에만 관심있는아이..
낮에는 학교에 가거나 다른 직업이 있고 밤에도 일해서 돈벌수 있으니 나오는 아이..
시골서 딱히 배운 것도 없고 할줄아는 것도 없어서 성년이 되자마자 유흥바닥으로 나온아이..
업무강도(?)에 비해 돈이 제법되니 다른직업을 못 갖는아이..
그러다가 짬이 쌓이고 나이도 먹어서 아예 사장(쩐주는 따로있고)이 된 아이..
가게 차려 독립하는 아이..
나름 막살지 않으려 노력하는 아이도 보았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니 꼭 ㄹㅌㅌ 경험이 많은 것 같지만.. 파악이 좀 빠를 뿐입니다 ㅎㅎ
과사랑 작성자 07.06 19:30  
저도 벳남 오래 다닌 것에 비해
한정된 집단만 만나느라
대인폭이 넓지는 않지만
사람 사는 곳이 흔히 그러하듯이
참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다양한 인생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든 행복하기만 하면 좋을 텐데
같은 일 하면서도 누구는 즐겁고
누구는 힘들어 하는 개 안타깝습니다.
꿀벌 07.06 18:21  
ㄹㅌㅌ 일을 그만두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ㄲ이군요..^^

그 마음 변치 않고 잘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려요..^^
과사랑 작성자 07.06 19:31  
능력은 있어 보이는데 주변 환경이 그 능력을 발휘하게 해 주지 않았지만
그래도 더 인생을 잘 만들어 보려고 노력하는 듯합니다.
몰빵 07.06 18:41  
왠지 수렁에서 건진 내딸~~~ 뭐 이런 느낌이 드네요~^^
꽁 하나 살리셨네요~~~ 그 꽁의 결심이 흔들리지 말아야 할텐데요~^^
과사랑 작성자 07.06 19:32  
아직도 이 ㄲ의 개인성향을 잘 모릅니다.
단지 능력을 살리지 못하는 듯해서
한 마디 했을 뿐인데 현재까지는
마음을 새로 잡은 듯합니다.
로운 07.07 10:50  
과장교님의 진중하고도 가슴 따뜻한 후기 잘보고 갑니다 ㅎㅎ 그 레탄톤 꽁이랑 시간나면 밥이라도 한끼 해보시는건 어떨까요 ㅎㅎ
과사랑 작성자 07.07 12:32  
잘 지내고 있는지
만나서 밥 사 주고
격려해 줄 생각은 있는데
아직은 관찰중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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