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행복해지는 만남을 자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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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행복해지는 만남을 자랑합니다

과사랑 18 143 0

다음주 방벳을 앞두고 안 해도 될 프로젝터 준비하느라 며칠 째 신경쓰고 있다는 글은 이미 올렸습니다.


이제 대충 초안 만들고 완성도 높이기 위해 노력중인데 오늘 과거의 인연으로부터 잠시 찾아가도 되느냐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정말 오래간만에 듣는 목소리인데 '진짜로 약속을 지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엄청 바쁜 시기지만 찾아와도 좋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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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샵한 것도 아닌데 제 얼굴에 주름살이 안 보이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이 정도만 생겼으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이제는 어엿한 30대 사회인이 되었지만 K와의 인연은 10년 이상 전으로 올라갑니다.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좋은 대학에 들어와서 거의 존재가치없이 조용히 지내고 있는 학생이었는데  우수한 인재들 사이에서 티가 나지 않으면서도 성적이 최상위권임을 알고 신기하게 생각했습니다.


'사회에서 성공하려면 더 외향적으로 덤벼들어야 유리한데 너무 소극적이군!'


1년 후 다시 만났을 때도 여전히 공부는 잘 했지만 매사에 소극적이어서 태도 좀 바꾸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중학교 때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여 집을 나가셨고, 어머니와 언니와 셋이 힘들게 살아왔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공부는 학교와 EBS를 보며 한 게 전부였고, 성격도 원래는 그렇지 않았는데 형편이 너무 어려워 친구들과 어울릴 수 없어서 점점 외톨이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를 보면 괜히 키다리아저씨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하므로 건수를 만들어 만나자고 해 놓고, 만약 돈이 생긴다면 뭘 가장 하고 싶은지 물어보니 외국여행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한 달 정도 유럽여행을 가고 싶어했지만 여름방학 때 여건이 되지 않아서 겨울방학 때 호주로 가기로 하고 여행경비를 대 주었습니다.


"네가 돈이 필요한 일이 많겠지만 여행에 돈을 쓰는 만큼 다녀와서 다른 일에 쓴 것 이상으로 작심하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 이 경비는 공짜가 아니고 10년 후 다른 대학생이 너와 비슷한 수준으로 호주를 다녀올 경비 이상으로 갚아야 한다."


그리고 올해가 10년째입니다.


가방에 선물 하나 사서 온 K는

"지금까지 10년 후에 여행경비를 갚아야 한다는 사실을 한 번도 잊은 적 없습니다. 그 때 호주 여행 다녀와서 성격도 다시 쾌활해지고 삶의 방식이 바뀌었거든요. 혼자 조용히 있는 게 최선이 아니니 부족함이 있더라도 사회속에서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이제는 얼마든지 형편이 되니 저같은 학생이 더 밝게 자라날 수 있도록 도와 줄 수 있습니다."라 했습니다.


10년 전에 경제사정이 정말 어려웠으므로 여행경비를 주면서도 이렇게 쓰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결과적으로 자신이 바뀌어 아주 즐거운 인생을 보내게 되었다고 하니 보람이 있습니다.


"10년간 한 번도 잊지 않았다고 하면서 왜 그동안 한 번도 연락 안 했니?"라고 하자 "도움받을 때는 열심히 살아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 다시 인사드리려고 마음먹었는데 막상 대학을 졸업하니 그 전까지 성적으로 증명하는 건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지만 수입은 괜찮은데 수많은 사회인중의 한 명이 되었을 뿐 어떤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해서 인사를 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올해가 10년째니 더 이상 미루면 약속을 어기게 되므로 찾아왔습니다"고 했습니다.


과거에 뿌린 씨앗이 나무로 잘 자란 것 같아서 정말 기분좋은 만남이 되었습니다.


베트남에서 만난, 사정이 어려운 한 명의 ㄲ이 돈을 달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너는 그렇게 살면 미래가 없다. 내가 돈을 줄 테니 OO을 위해 사용하라"고 했는데 약속대로 사용하지도 않았고, 그 후로 달라진 것도 없어서 그 후로는 아무에게도 돈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예를 한 가지씩만 들기는 했지만 제 경험상 베트남인들보다는 한국인들이 인생에 대해 더 고민하고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그래서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이 빨랐던 듯합니다.

댓글 18
록키 04.16  
에르메스 같은데요~
과사랑 작성자 04.16  
색깔만 보고 아시다니!
저희 부서 막내가 제가 툭 던져둔 가방을 보더니 에르메스를 이렇게 던져두는 법이 어디 있냐고 또 한 소리를 했습니다 하고 있는 일이나 잘할 것이지!
인천공항 04.16  
죄송합니다만.. 한국에서 만난 K분의 키다리아저씨 이야기이신가요~~!!! 과사랑님의 충분히 자랑할만한 행복한 만남이네요~~10 년전에 쉽지않은 일인데 대단하십니다 ^^
과사랑 작성자 04.16  
제가 자식들에게 전혀 기대를 할 수 없다 보니 사회에서 만난 누군가가 도움을 주면 잘 하겠다 싶으면 조금 도와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ㅎㅎ
하이체크 04.16  
멋진 이야기네요.
과사랑 작성자 04.16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사람 04.16  
짱~~~~입니다.^^
과사랑 작성자 04.16  
제가요? 제 장관님도 (제가 하는 일을 반대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생각해 주면 좋겠습니다.
산소 04.16  
우와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 네요~^^
과사랑 작성자 04.16  
저도 오늘 가슴이 따뜻했습니다.ㅋㅋ
키스 04.16  
눈만 가리시면 다 알아보실듯 합니다 ㅋㅋㅋ
과사랑 작성자 04.16  
제가 저렇게 젊어 보인다고요?
그렇다면 원이 없겠습니다.
필터도 안 썼는데 사진이 왜 저렇게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머머리 04.16  
멋지십니다
과사랑 작성자 04.16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꿀벌 04.16  
도움 받은 친구가 잘 커줘 다행입니다..^^

좋은 글 감사드려요..^^
과사랑 작성자 04.16  
지금도 돈 잘 벌지만 경력이 좋아서 앞으로도 잘 나갈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기분이 좋네요!
동태탕 04.16  
인복이 그냥 생기진 않죠. 과사랑 님이 베푼 덕이 하나씩 과실은 얻어가는 과정은 듣기만 해도 흐뭇해집니다 ^^
과사랑 작성자 04.16  
있지는 않고 과연 약속을 지키나 기대했는데 기대를 충족시켜 줘서 감사한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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