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도둑을 만난 경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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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이어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3)까지 쓸 예정입니다.
지금 쓰는 이야기도 영국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얼마 안 된 듯한데 벌써 11년이 지났네요.
영국 두 번째 방문이었는데 출장간 일 마치고 돌아오기 전에 런던에서 이틀만 보내기 위해
런던으로 왔습니다.
(첫 방문 때도 버밍엄에서 일 마치고 2박 3일간 런던에 머물렀는데 이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녁 퇴근시간에 예약해 놓은 싸구려 호텔을 찾느라 지하철 역에서부터 500미터 정도 걸어가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4차선 길 양옆으로 사람들이 많이 오가고 있었고, 해가 넘어간 직후여서 거리가 어두워지고 있었습니다.
빨리 체크인을 하고 나와서 저녁식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짐을 끌고 열심히 걷고 있는데
중동지방 출신처럼 보이는 사람이 뭔가를 내밀면서 말을 걸었습니다.
얼른 살펴보니 덩치는 저보다 작아서 몸싸움해도 지지 않을 것 같고
똑똑하거나 날카로운 면이 전혀 없었습니다.
자신이 경찰이라면서 주민등록증 크기의 뭔가를 보여 주는데 Police인지 policeman인지가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사복경찰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디서 왔고, 뭘 하느냐고 묻길래 한국에서 왔고 호텔로 가고 있다고 하니
뭔가 조사할 게 있다며 경찰서로 가자고 했습니다.
사기일 확률이 50%는 넘는다는 생각에 따라가면 안 된다 생각하면서
어떻게 빠져나갈지 머리를 굴리느라 수 초 정도 머뭇거리고 있는데
이놈이 길 건너편을 보면서 뭐라고 소리를 질렀고
한패로 보이는, 더 몸집이 작고 경찰과는 전혀 상관없이 보이는 놈이
잠시 차가 줄어든 틈에 길을 건너 우리가 있는 쪽으로 왔습니다.
빨리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큰 소리로
"I don't believe you. If you are policeman you have to say where is police station.
I'll not follow you. Call my embassy."
라고 외치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란 식으로 삿대질 등 온몸을 움직이며 동작을 크게 했습니다.
그러자 지나가는 사람들 중에 몇몇이 걸음을 멈추고 우리를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이 두 놈은 아무 말 하지 않고 사라져 버렸습니다.
Call my embassy.는 오래 전에 여행 떠난 한국인이 미국인과 함께 어울리고 있을 때
믿지 못할 누군가가 말을 걸자 미국인이 사용했다는 표현을 본 게 기억나서
따라해 본 것이었고, 단 한 번 사용 후 지금까지 쓸 일이 없습니다.
따라갔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하기는 하지만 패거리가 있는 곳으로 가면
무슨 일 벌어질지 모르니 잘 빠져나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변에서 저를 보느라 잠시 서 있던 분들에게
"Thank you"라 하고는 조금 더 가서 무사히 호텔로 들어갔습니다.
몸집이 작은 녀석들이라 쫄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던 게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