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걷혀 가는 아침입니다
과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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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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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용하는 방은 아침에 햇빛이 정면보다 약간 왼쪽에서 잘 들어옵니다.
블라인드를 쳐 놓았지만 햇빛이 그걸 뚫고 들어올 정도입니다.
여름이 되면 겨울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므로 눈을 뜨면 밝아도 해가 보이지 않지만
조금만 미적거리면 둥근 해의 윤곽이 블라인드 뒤로 보입니다.
오늘은 햇빛이 강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평소보다 좀 더 이불 속에 머물다 밖으로 나와 보니
거실도 평소만큼 밝지 않았습니다.
뭔가 이상해서 창을 열어보니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있었습니다.
아주 오래 전, 현재 제가 사는 도시에서 절친이 수개월간 파견근무를 할 때
주말에 심심하다고 놀러오라고 해서 왔다가
아침 일찍 일어나 장거리 당일 여행을 한 적 있습니다.
그 때는 지금보다 훨씬 젊었고, 저는 차가 없으며 친구만 차가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저를 잘 아시던 부모님은 경제관념이 철저하신 분이었는데
그 때 둘이 다녀온 여행경로를 들으시고는 아들을 (오래된 고물차의 고장으로) 잃을까봐
대학졸업 후 처음으로 부모님이 아들을 위해 돈을 쓰셔서 차를 사 주셨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그 날 친구와 둘이 간 길은 오전이 한참 지나도록 안개가 걷히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그 때를 돌이켜보면서 여러 가지 기억을 되살릴 수 있을 정도로
1. 위험한 길을 오래 달려갔고,
2. 첫 목적지는 예상보다 지저분하여 아름다운 바다를 담을 수 없었고,
3. 분명 가을이었지만 체감은 겨울이어서 고생했고,
4. 돌아오는 길에 길을 잘못 들어서 시간이 많이 걸리는 등
다양한 고생(?)을 했지만 덕분에
'우리 그 때 그 고생 안 했으면 지금쯤 모든 기억을 잊어버렸을 거야'
라며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출근길에 본 하늘은 안개가 반 이상은 걷혀진 듯했습니다.
지금 제 사무실에 블라인드가 있어서 밖이 보이지 않는데
어쩌면 지금쯤 안개가 모두 걷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침에 창문을 열었을 때 안개낀 걸 보니
웬지 상쾌하지가 않아서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곧장 이미 강산이 세 번이나 지난 과거 기억을 떠올리고
친구와 오래간만에 메시지를 주고 받았습니다.
세상에는 양면이 있고, 한쪽이 아주 오래 지속되지는 않습니다.
아침에 안개 보고 잠시 기분이 안 좋았지만
곧장 마음을 바꿔 먹으니 친구와 아침 인사도 나누게 되고
과거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초보운전 시절, 국도를 잘못 들어가서 고생한 기억은
그 후로 길을 잘못 찾을 때마다 제자리로 갈 수 있는 힘이 되곤 했습니다.
한 주의 시작이라고 글 올리는 일이 너무 잦습니다.
이러다 보면 인생이 짧아지는 느낌이 들 테니
하루하루 더 즐겁고 보람있게 보내셔야
먼 훗날에 돌이켜볼 때 지나간 시간이 덜 아까울 것입니다.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인애초로
초롱이네

서언
사하폴라리스
꿀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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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운비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