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여직원 땜에 거짓말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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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여직원 땜에 거짓말을 했습니다

과사랑 34 268 0

제가 어깨를 다쳐서 오른팔을 6주간 사용하지 말라는 

의사의 처방을 받았다는 글을 어제 올렸습니다. 

https://xn--cw0bw33b.com/bbs/board.php?bo_table=free&wr_id=466771


그 글 올리는 동안 타이핑이 너무 힘들어서

앞으로 일은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었습니다.


아직 왼손으로 식사를 해야 하는 등 

오른손을 쓰지 못하는 게 일상이 어렵기는 합니다.


어제 오후에 해야 할 일은 못하고 헤매고 있으니

막내 여직원이 해결책을 찾으려고 전전긍긍하기 시작했습니다.

30대인 이 여직원은 무슨 일이든 지가 해결하려고 덤벼드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어제 올린, 지브라 스타일 그림의 원본 사진도 이 여직원이 찍었는데

찍자마자 우리 기관 곳곳에 그 사진을 뿌리면서

제게 무엇이든 협조요청 하지 말라고 떠들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제게도 잔소리를 잘 하는 편인데

"너같은 아래 직원 처음 봤다"라고 하자

"제가 많은 분들 모셔봤지만 부서장님같이 손 많이 가는 부서장은 처음이다"

라고 대꾸를 합니다.


아들 둘 키우느라 성질 더러워졌다고 스스로 이야기를 하지만

그녀를 아는 모든 이들이 "너는 원래 그랬다"고 합니다.


10년 정도 일을 했지만 비정규직을 전전하고 있는데

워낙 유명해서 계약 끝나간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금세 가까운 곳의 누군가가 데려가고

때로는 자의에 의해 쉬기도 합니다.


어제 오후에 제 사무실에 들어왔다가

간단히 용건 마친 후 나가지 않고 

제가 일하는 자세를 살펴보더니

나가고 했지만 제 말은 들은 척도 안 하고

이런 저런 도구들을 가져와 이렇게 해 보라

저렇게 해 보라며 몇 가지를 요구하더니

결국 10분이 채 되지 않아서 

제가 타이핑을 하기에 별 문제가 없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너 땜에 내가 쉬지도 못하겠다"

고 했지만 사실은 귀여워 죽을 뻔했습니다.


덕분에 앞으로 일을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을 60%는 덜게 되었습니다.


여꿈 카페의 계급을 강등당할 위기에 처한 건 맞지만

강등당하지 않고 버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굳어지고 있으니

어제 본의 아니게 카페에 거짓말을 올린 셈이 되었습니다.


잔소리만 안 하면 제가 정말 잘 해 줄 수 있는데

그랬다가는 다른 사람이 될 테니 예상하기 힘든 소망입니다.

댓글 34
로운 06.13 06:55  
과장교님은 부하직원분들과 화기애애하게 잘 지내시는것 같습니다 ^_^
과사랑 작성자 06.13 07:59  
제가 일방적으로 잘 해 주니까 그렇다고 믿습니다만
아랫사람들 의견 들어보면 그렇지 않습니다.ㅋㅋㅋ
야수부엉이 06.13 06:57  
오빠가 아빠되고 상사가 남편되고.. 좋은 결말 기대해봅니다..^^;
과사랑 작성자 06.13 08:02  
좋은 결말이라니
이 집 애들이 저더러 할아버지라고
하진 않는 건만 해도 다행입니다.
이 여직원은 제 은퇴할 때 와서
꽃다발 전해주겠다는데
와서 울지만 말라고 하니
그새 눈물이 떨어집니다.
제 은퇴를 생각하면 슬퍼답니다.
예가체프 06.13 07:24  
참 인복도 많으십니다 ^^
과사랑 작성자 06.13 08:03  
다른 부서 사람들은
비슷한 말 하는데
이러저리 설쳐서
귀찮을 때가 많습니다.
징글곰 06.13 07:55  
인복 부럽네요
과사랑 작성자 06.13 08:03  
그럼 트레이드 가능합니다.
서언 06.13 07:58  
좋은 부하직원을 두셨습니다 ㅎ
과사랑 작성자 06.13 08:04  
부서가 조용할 날 없고
그래서 재미있는 곳이긴 하지만
각종 기념일이나 선물 챙기느라
귀찮을 때도 많습니다.
사하폴라리스 06.13 08:31  
비정규직이라..
슬프네요..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진 비정규직이..
이젠 없어져서 모두들 정규직으로 전환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네요..
과사랑 작성자 06.13 13:13  
비정규직이라 계약기간이
짧아서 서로가 원해도
오래 함께 하지 못하는
현실에 보완이 필요합니다.
김치찜 06.13 08:33  
좋은 여직원을 둔거 같습니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결과를 떠나서 그만큼 일에 대한 열정이 있는 것을 보여지네요
그리고 결과론적으로도 과사랑님의 걱정 60%를 덜어내었으니..
열심히 타이핑을 해야겠습니다 ㅋㅋ
과사랑 작성자 06.13 13:13  
손가락은 쓸 수 있는데
팔을 못 쓰니
40%가 부족합니다.ㅎㅎ
페드리 06.13 09:44  
좋은 부하직원이네요 정규직 시켜줬음 좋겠습니다..
과사랑 작성자 06.13 13:14  
정규직은 시험을 쳐야 하는데
아무 때나 떠났다가 돌아오려면
비정규직이 편하다고
공부를 안 합니다.
꿀벌 06.13 10:12  
막내 여직원분이 일을 더 잘 하실 수 있게 도움을 주신거군요..^^

열정 넘치 막내 여직원 덕분에

회사분위기도 화기애애할거 같습니다..^^
과사랑 작성자 06.13 13:15  
분위기를 상승시키는 건 맞는데
제가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게 귀찮습니다.
그래도 다른 이들보다
낫다고 최대한 봐 주려 합니다.
아까그넘 06.13 10:13  
보기드문 마인드네요 ㅎㅎ
과사랑 작성자 06.13 13:16  
MBTI는 extraE로 나옵니다.ㅋㅋ
유인마인드 06.13 10:50  
귀찮지만 귀여운 여직원이네요 ㅎㅎ 정들겠음
과사랑 작성자 06.13 13:17  
정은 이미 들어서
은퇴후에도 저를 내버리지
않믈 거라 믿습니다.
하남시꿀주먹 06.13 10:54  
좋은 직장 동료분을 두신거 같아서 부럽네요 ㅎㅎㅎ
과사랑 작성자 06.13 13:19  
없으면 부서가 조용하고
심심해질 것 같습니다.
하루 06.13 12:54  
다소 귀찮은 부분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케 챙겨주면 고맙죠 ^^
과사랑 작성자 06.13 13:20  
장점이 단점보다 많아서
가끔 툴툴거려도 함께 어울ㅈ려
잘 지내고 있습니다.
쿨곰 06.13 14:17  
아주 좋은 직원이네요 ㅎㅎㅎㅎ
과사랑 작성자 06.13 18:53  
보통은 좋지만
가끔씩은 오버를 해서
주의를 주곤 합니다.
꽃등심 06.13 14:38  
사무실 분위기가 매우 좋네요ㅎㅎ
져희 사무실은 남자밭이라서 매우 별로입니다...
과사랑 작성자 06.13 18:54  
저희는 2대 3이어서 그런지
남자들끼리 있으면
안 벌어질 일이 벌어지곤 합니다.
(예를 들면 누군가 생일에 풍선 장식하기)
키스 06.13 15:02  
손많이가는 직장상사셨군요 ㅋㅋㅋ
과사랑 작성자 06.13 18:55  
전혀 아니고 제 스스로 잘 하는데
막내가 자기스타일 대로
잔소리를 합니다.
옥수수 06.13 17:48  
왠지 말대답하는 귀요미일거 같네요 ㅎㅎ
과사랑 작성자 06.13 18:56  
옛날에는 귀여웠겠지만
벌써 30대 후반이 되니
귀여운 흔적만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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