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ㄱㄹ꽁과의 첫만남_6부
좌지클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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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8.13
안녕하십니까. 내상 전문가, '내상클루니'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무이네에서의 그날을 시발점으로 우리는 약 1년 동안 만났고, 총 37번이나 헤어졌으며, 결국 38번째에 진정한 이별을 맞이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모든 문제의 원인은 그날, 서로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아주 작은 의심이었습니다.
저녁이 되어, 저는 그녀의 가족들을 위해 예약한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그곳에는 할머니부터 손자까지, 약 20명에 달하는 대가족이 모여있었고, 분위기는 매우 즐거웠습니다.
문제는 그녀에게 딸이 있다는 사실이었고, 아이의 정서 문제를 핑계로 저는 '남자친구'가 아닌 '이모 남친의 동생2'로 소개되었습니다.
사실상 저는 그 시끌벅적한 파티에서 완벽하게 방치되었고, 구석 자리에서 동갑내기 동생1과 어색하게 밥을 먹으며, 이 뻘쭘한 상황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다렸죠.
그런데..제 별명이 '눈치클루니' 아니겠습니까. 그녀가 가족들 사이에서 저를 힐끔거리며 짓는 미묘한 표정, 제게는 말도 거의 안붙이는분위기. 뭔가 이상했습니다.
그래서 숙소로 돌아와 저는 그녀의 전 남편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녀는 이혼했고, 딸은 어머니가 키우며, 전남편이 양육비를 보내준다는, 아주 스탠다드한 답변을 내놓았죠.
저는 일단 믿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진짜 사건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졌습니다.
이모 남친의 일행들은 무이네로 향하고 우리는 호치민으로 돌아가는 슬리핑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제 폰 화면에 뜬 '잘로(Zalo)'의 빨간 돋보기 알림을 그녀가 '매의 눈'으로 포착한 겁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베린이' 시절의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 것이죠. 잘로의 기능에 익숙지 않아 알림 설정을 켜둔 채로 있었던 겁니다.
(클루니 꿀팁: 다른 꽁과의 연락을 숨기고 싶을 때는, 해당 대화방의 Hide conversation 설정 후, 반드시 그 대화방의 알림(Notification)까지 꺼두셔야 합니다. 이중 잠금은 필수입니다.)
혹시 모를 '보험'으로 연락하던 식당 알바꽁이었는데, 하필 그 타이밍에 연락이 온 겁니다. ㅜㅜ
그녀는 순간 극대노해서, 제가 선물했던 팔찌를 끊어 제 면상에 던져버리더군요. 그렇게 저의 첫 번째 이별이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제가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눈물 젖은 사과와 함께 다시 화해는 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건은 우리 사이에 새로운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서로의 휴대폰을 언제든 확인할 수 있도록 오픈한다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것이죠. 저는 그 상자 안에, 그녀에 대한 잔혹한 진실들이 가득 들어있을 줄은 꿈에도 모른 채, 기꺼이 그 합의에 응했습니다. 이게 그 모든 재앙의 시작인 줄도 모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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