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에서 나를 기다리는 ㄲ(2)-첫 영통을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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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에서 나를 기다리는 ㄲ(2)-첫 영통을 앞두고

과사랑 17 222 0

호치민에서 나를 기다리는 ㄲ(1)-첫 접촉

https://xn--cw0bw33b.com/bbs/board.php?bo_table=free&wr_id=665899 )

에서 계속됩니다.



작년 봄, 카페에 가입하여 그 전에 모르던 

베트남에 대해 배워가고 있을 때

호치민 주소를 가진 1985년생 여성이

페이스북 메시지로 접촉을 해 왔습니다.

약 한 달간 20번 정도 30분 이상 메시지로

대화를 하던 중 그녀가 갑자기 영상통화를 제의해 왔습니다.


1번 글에서 한 가지 빠뜨린 내용은

이 여성의 이름이 베트남 이름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할아버지가 중국인인데 

그 때 베트남으로 넘어와서 베트남에서 살기 시작했고

부모님은 중국어와 베트남어를 잘 하시고

자신도 중국어를 약간은 할 수 있지만

외국어 교육을 많이 받아서 영어가 훨씬 능숙하다고 했습니다.


(글에서 짙은 파란색은 저이고, 주황색은 그녀입니다)


메시지를 주고받던 중에 갑자기 영상통화를 하자고 하니

진의를 파악해야 했습니다.


제 몰골은 항상 말이 아니므로 

잠잘 준비를 한 부시시한 모습을

보여 줄 수는 없었습니다.


"오늘 내 모습을 네게 보여주면

우리 만남이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른다.

네가 내 모습을 보고 실망하는 걸 원치 않으니

내일 영상통화를 하자."


메시지를 끝내고 나니 갖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영어 질문을 마구 쏘아대면 영어 실력을 테스트할 수 있겠다'


'왜 영상통화를 하자는 거지? 

마음만 먹으면 페이스북에서 이미 내 개인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을 텐데'


'내게 접촉하는 최종목적이 뭘까?'


'호치민에 오면 자기차로 여행가자는 건

내 장기를 떼어가기 위함인가,

순수하게 내게 친절을 베풀려는 건가?'


별의 별 생각이 다 떠올랐습니다.


혼자 경영하는 회사는 자신의 전공인 금융을 살린 것으로

돈 버는 게 어렵지 않다고 했습니다.

(약간 로맨스스캠의 냄새가 났습니다)


그런데 메시지로 비교적 깊이 있는 질문을 해도

곧장 대답하는 것이 지식이 없는 사람처럼 

생각되지는 않았습니다.


(주로 아시아지만) 이미 외국 여행 경험도 꽤 있었고

그 나라에 대해 물어보면 

단순히 눈으로 관광한 것보다는 

많은 걸 알고 있었습니다.


페이스북에 올라와 있는 15~20개 정도의 글은

대충 1~2주에 하나 정도 올라와 있었고

운동이나 일을 하는 모습과

관광지에서 찍은 사진이어서

하나같이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런데 페이스북을 안 하면 몰라도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사람이 

뜸하게 사진과 글을 올리는 것도

가짜를 의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을 찍은 곳은 다양하지만

글 내용은 한결같이 자신의 건강과 

일에 대한 것 뿐이었습니다.


잔고가 남아 있는 계좌를 올린 사진도 있었는데

은행 계좌라기보다 투자에 대한 배당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메시지로 대화를 나눌 때

가족 이야기가 나오자 

'가정에 충실해야 할 이유'를 끝도 없이 제시하거나

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최근에 회의한 내용, 컨설턴트 만난 이야기,

자신의 투자 전략에 대한 설명 등을 들으면

개인으로 보기에는 수준이 아주 높아서

사기꾼이라면 조직이 동원되어

바로 옆에서 코치를 해 주어야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로운 여성과의 만남에 대한 설레임 때문이 아니라

왜 영상통화를 하려 하는지 이유가 궁금해서

잠이 오지 못했습니다.


사진으로는 나이에 비해 동안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만나서 실망한 경험은

손발가락이 부족할 정도로 많으므로

페이스북의 사진과 영상은 믿지 않기로 했습니다.


(화장이 사람을 단체로 바꿀 수 있음은 

지난 6월 1일, 베트남에서 결혼식에 참석했을 때

가장 크게 실감했습니다.

여성들이 거의 모두 미인이었는데

제가 아는 여러 명도 못 알아볼 정도였습니다.

1~3시간 정도 각자 화장을 했으니 

민낯은 완전히 사라져 누군지 구별이 어려운 경우도 있었습니다)


다음 날, 그녀와의 첫 영통을 앞두고 저도 나름대로 

늙은 쏘우짜이보다는 좀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준비를 했습니다.


사진을 찍어 장관님께 보냈더니

평소 모습이 아니란 걸 금세 알아봤습니다.


저녁 약속 시간이 되었습니다.
"Are you ready to enjoy video call?"
"OK, may I call you up?"


그녀로부터 페이스북으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순간적으로 긴장도가 높아지면서

심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나이가 들었지만 대한 남아(남노라 해도 받아들임)가 

중년의 중국계 베트남 여성에게 기가 죽을 수는 없었습니다.


"Hello!"

"Hi!"


목소리만 들었다면 순간적으로 기분이 하늘을 날았을 정도로

실제 나이보다 약간 어려 보이는 목소리가 매력적이었습니다.


영상 속에서 활짝 웃고 있는 여성은

페이스북에서 본 사진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고,

배경에 보이는 사무실인지 방인지 확실치 않은 공간은

나름 예쁘게 꾸며져 있었습니다.

(로맨스스캠은 보통 배경이 안 보이는 게 특징이라 들었으므로

제 나름대로는 짧은 시간에 분석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만약 바로 옆에 이 여성이 있다면

오늘 뽕이 아니라 봉잡았다는 생각이 들만한

외모와 목소리를 지닌 여성이 저와 통화를 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2부는 이것으로 마칩니다.


지금부터 장거리를 달려가서 

내일 아침에 인천공항에 나가

처음 한국에 오는 ㄲ을 픽업해야 합니다.

9일 전에 떠난 가장 가까운 ㄲ

(열흘 후 베트남에서 약혼식에 참석한 후

다낭과 호치민에서 늦은 여름 휴가를 보냅니다) 

대신 앞으로 수년간 저와 가장 가깝게

지낼 가능성이 있는 ㄲ이므로

첫 날부터 감동을 주어야 합니다.


다음 글은 언제 올라올지 확실치 않지만

내일 12시 이전에 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이모티콘

댓글 17
꿀벌 09.10 20:04  
로맨스 스캠으로 도용된 사진이 아니라

실제 생활 모습이었군요..^^

포르쉐는 타셨는지... 다음 이야기가 기대됩니다..^^

과사랑 작성자 09.10 22:37  
포르쉐 승선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립니다.
꽃등심 09.10 20:29  
내일 오전이 기다려집니다ㅎㅎ
과사랑 작성자 09.10 22:38  
글의 주제에서 벗어난 일에
관심이 크시네요!
꽃등심 09.10 22:56  
후후후관심사는 오로지...ㅎㅎㅎㅎㅎ
하리보 09.10 21:57  
오전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과사랑 작성자 09.10 22:40  
영상통화 이야기가 아니라
새로 오는 ㄲ에 관심 있으시니
내일 아침에 얼굴기린 사진을
공개하겠습니다.ㅎㅎ
전에 지브리스타일로 공개한 적 있고
하노이에서 두끼떡볶이를
함께 먹은 사진의 주인공입니다.
글루미나이트 09.10 22:15  
과사랑님 잠깐이라도 설레였죠?
뭔가 다른 예전으로 돌아간 듯한?
좋은사람이길 바라고 좋은만남이 였음 좋겠습니다
과사랑 작성자 09.10 22:41  
잠깐보다는 훨씬 많이 설려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꽤 오래 지속됩니다.ㅎㅎ
싱글라이더 09.10 23:15  
빠른 후속 후기 기대합니다.
과사랑 작성자 09.10 23:16  
내일 밤에 3부 올리겠습니다.
키스 09.10 23:36  
아직도 영통을 안하신건가요ㅋㅋㅋ
과사랑 작성자 09.11 03:04  
하자는데 제가 하루 미뤘습니다.ㅋㅋ
귀품 09.11 09:45  
은근히 하실건 다 하셨습니다ㅎㅎ
과사랑 작성자 09.11 11:22  
응윈으로 생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루 09.11 13:54  
저도.. 다음 편이 매우 기다려 주네요 ^^
과사랑 작성자 09.11 15:22  
제 이야기는 항상 별 게 없이 끝나니
기대는 안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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