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에서 나를 기다리는 ㄲ(7)-호치민에서 전화를 걸다
과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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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9.15
호치민에서 나를 기다리는 ㄲ(6)-그녀가 돈버는 법
( https://xn--cw0bw33b.com/bbs/board.php?bo_table=free&wr_id=676759 )
에서 계속됩니다.
ㄲ이 메시지로 각종 경제 이론을 설명해 가면서
이와 관련된 내용이 담긴 웹싸이트 등을 가르쳐 주다 보니
코로나19 유행시 온라인으로 일을 처리하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온라인으로 회의를 하면 참가는 쉽지만
의사전달이 쉽지 않음을 느끼곤 했는데
경제이론을 공부하고 이를 통해 돈 버는
방법을 터득하는 게 쉬울 리가 없습니다.
이 때까지 제가 들은 로맨스스캠을 벌이는 사기꾼들은
투자를 유도한다거나 계좌를 알려주고 돈을 넣어라고 한다는데
이 ㄲ은 전혀 그런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돈 버는 법을 배우기로 한 가장 큰 목적은
이 ㄲ이 사기꾼인지 아닌지를 구별하는 것인데
쉽게 답을 얻지 못하니
돈 버는 법을 배우는 것도
서서히 귀찮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수업하기 싫은 학생들처럼
"오늘은 그만하고 다른 이야기나 하자"
며 화제를 돌리곤 했습니다.
일상으로 이야기를 돌리면
백수처럼 시간이 많아 보이고,
생활비나 용돈 이야기가 나오기만 하면
자신은 쉽게 돈 버는 법을 알고 있고,
계속해서 수입이 생기므로
걱정없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습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돌싱의 팔자편한 인생이 분명한데
진짜로 인생을 그렇게 보내는 듯했습니다.
사진을 보내 주는 일은 없었고,
뭘 했는지 궁금해하면 잠시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지우는 방법으로 보여주곤 했습니다.
제가 워낙 신사(?)이므로 남이 싫다는 건 안 하는 편이어서
화질도 좋지 않은 사진을 다운받을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페이스북에는 1-2주에 하나 정도 꾸준히
일상이 담긴 사진이나 영상을 올리곤 했습니다.
운동을 하는 영상이 올라오는 경우
그 운동에 대해서 물으면
왜, 어디서, 얼마나 운동을 하는지 이야기했고,
멋진 식당이나 카페가 등장하는 경우
어디에서 뭘 먹었는지를 물으면
식당 이름을 가르쳐주기도 했는데
구글맵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식당이었습니다.
이상한 점은 사진에 다른 사람이 등장하는 경우는 있지만
얼굴이 보이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또 야외 사진에서 사이공강이나 랜드마크81처럼
호치민 배경이 등장하기도 했으므로
"어제는 뭘 했나? 어디 다녀왔나?"
등의 질문으로 대화가 진행되었습니다.
저야 사기꾼인지 아닌지 알아내겠다는 뚜렷한 목적으로
메시지를 주고받기 시작했지만
이렇게 반 년 정도 시간을 쓰고 있다면
사기꾼 치고는 수익도 없이
효율이 떨어지는 일을 하고 있다는 의문과 함께
처음에 이야기한 것처럼 진짜로 저와 대화를 즐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1월 중순이 되어
호치민으로 갈 때가 되었습니다.
사기꾼이 아니라는 확신이 생길 때까지
만날 생각은 없었으므로
이야기를 하지 않고 호치민으로 날아갔습니다.
처음 찾은 선라이즈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조용히 지내는 밤에
ㄲ과 호치민을 주제로 메시지를
주고받다 보니 혼자 즐겁기도 했지만
'푸미흥으로 당장 달려가 볼까' 하는 충동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1월만 해도
호치민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으므로
혹시나 장기가 털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하고
일상 이야기와 경제 이야기를 나누곤 했습니다.
1월의 호치민 방문에서 사업하는 베트남인을
방문 전에 소개받아서 인사를 나누었는데
여러 가지 사업을 하고 있고,
한 가지는 포르쉐 딜러를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만나 보니 의사면허는 물론 전문의까지 해 놓고
딴짓을 하는 괴짜였습니다.)
이 친구에게 "한국에서는 좋은 외제차가 많은데
왜 베트남인들은 포르쉐를 거의 유일한 고급차처럼 여기느냐"
고 묻자 웃으면서 자신도 왜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베트남에서는 남자도 그렇지만 여자들은
포르쉐 한 번 타 보는 걸 소원으로 여기는 이들도 있어."
"네게 포르쉐를 구입한 여성 고객도 있나?"
(크게 웃으면서)
"아니, 베트남 여성들은 포르쉐 얻어타는 걸 좋아해"
이 대답으로 인해 다시 ㄲ이 사기꾼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딜러가 포르쉐는 여성이 얻어탈 때 좋은 차이고
직접 몰고 다닐 때는 잘 타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글 쓰다 보니 의문점이 있는데
9월말에 이 딜러를 다시 만나면
제가 들은 게 맞는지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그래서 ㄲ에게 연락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호치민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1월 18일, 원래는 하루 더 머물 예정이었지만
다른 사소한 일이 생겨 밤버스로 달랏으로
가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아침에 황제에 들러 가방을 맡긴 후
저녁 7시쯤에 찾은 다음
137 마사지 근처에 있는
Pasteur Street Brewing Co.에서
맥주와 안주로 오래간만에 찾은
호치민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나서 버스를 타기에는 충분히 이른 시간에
거리 사진과 영상을 찍으며 버스터미널로 향했습니다.
ㄲ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어차피 못 만나니 내가 못 만나서
아쉬운 것처럼 대해 보자'
"네게 사과할 일이 있다.
내가 일이 바빠서 휴가를 내기 어려운데
나는 너를 정말로 만나고 싶다.
내가 달랏과 하노이에 올 일이 있었는데
호치민에 올 계획이 없어서 네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랬는데 갑자기 일이 생겨서 어젯밤에 호치민에 왔고
이제 떠나려 한다."
"Really? Where are you now?"
저녁 식사 후에 일부러 찍은 영상과 사진 몇 개를
ㄲ에게 보냈습니다.
"네 목소리도 안 듣고 호치민을 떠날 수는 없다.
영상통화를 하자."
ㄲ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ㄲ이 위 메시지를 읽었다는 표시가 뜨자마자
영상통화를 시도했습니다.
내일(16일) 계속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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