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맨의 기원과 여전사들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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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맨의 기원과 여전사들의 나라

좌지클루니 9 182 0


안녕하십니까. 역사클루니입니다.


베트남 여행을 하다 보면, 유독 생활력이 강한 여성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특히 호치민에서는, 아침에 오토바이로 부인을 직장에 데려다주고, 동네 카페에 모여 노닥거리다 퇴근 시간에 맞춰 다시 데리러 가는 '셔터맨'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죠. 대체 이 나라 남자들은 왜 대낮부터 저러고 있는 걸까?


누군가는 베트남 전쟁의 후유증이라고 말합니다. 남자들이 전쟁터에서 죽거나 다쳐 돌아오니, 자연스레 여자들이 집안을 책임지게 되었다고요. 일리 있는 말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게 전부일까요? 저는 그 뿌리가 훨씬 더 깊은 곳에 있다고 봅니다.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2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기원후 40년, 당시 베트남을 지배하던 중국 한나라에 맞서, 두 자매가 대규모 반란을 일으킵니다. 바로 베트남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웅으로 추앙받는 쯩 자매입니다. 이들은 무려 3년간이나 독립 전쟁을 이끌었죠. 


결국, 한나라 최고의 명장인 '마원'이 이끄는 3만 대군에 밀려 패배하고, 두 자매는 손을 잡고 하노이의 홍강에 몸을 던져 생을 마감합니다. 지금도 하노이의 가장 중요한 거리 중 하나가, 바로 이 두 자매의 이름을 딴'하이바쯩(Hai Bà Trưng)'입니다. 이 나라는, 그들의 여전사들을 잊지 않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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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대단한 누님도 있습니다. '도즈엉'이라는 여성 장수는, 임신한 몸으로 군대를 지휘했고, 심지어 출산 후에는 한 팔로 아기를 안고, 다른 손에는 칼을 들고 싸웠다고 합니다. 패색이 짙어지자, 그녀는 적의 손에 더럽혀지기 전에 제 손으로 아기를 먼저 죽이고 자신도 강물에 투신했죠. 


그 외에도 남편의 복수를 위해 싸운 '난 공주', 전투마다 선봉에 섰던 여장군 '레쩐' 등, 역사 기록에는 수많은 여전사들의 이름이 등장합니다.


대체 왜 이토록 강인한 여성들이 많았던 걸까요? 학자들은 베트남의 뿌리 깊은 '모계사회' 전통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어쩌면, 너무나 아름다웠기 때문에, 수많은 외세의 침략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독하고 강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요?


결국, 지금 호치민 거리의 셔터맨들과, 그들을 먹여 살리는 강인한 여성들의 모습은, 어쩌면 2000년 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이 나라의 슬프고도 강인한 DNA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선배님들, 베트남 여자들을 얕보지 마십시오. 당신이 지금 마주하고 있는 그 가녀린 꽁은, 사실 당신의 목을 칠 수도 있는 여전사의 후예일지도 모릅니다. ㅋㅋ

 


댓글 9
꿀벌 10.02 21:24  
ㄲ에게 전사의 피가 흐르는군요^^

좌지클루니 작성자 10.02 21:30  
싸대기 많이 맞아봤어요 ㅜㅜ
제니퍼 10.02 22:02  
전부 북쪽 하노이 부근이네요.
다행히 호치민 같은 남부는 아닙니다. ..휴~~...^^
한국에는 5만원권의 신사임당이 있습니다.  신사임당....
왜 화폐에 있는지 지금도 의문입니다.
키스 10.02 22:44  
셔터맨 행복한 직업이네요ㅋㅋ
과사랑 10.02 22:47  
세상의 많은 일이 그렇지만 베트남인들도 알면 알수록 일반화하기 어려운 게 많고 대단한 민족이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페드리 10.02 23:10  
베트남 역사에 여전사들이 많았더라고요 ㅋㅋ 저도 궁금해서 조금 찾아봤었습니다 ㅋㅋ
그들에게 내재된 dna를 절대 무시해선 안되죠 ㅋㅋ cắt chim 당할수도..
이소룡 10.03 06:22  
목 보다는 ㄲㅊ를 조심해야 할거 같습니다~ㅎ
스탠이 10.03 06:35  
오 역사 속에 깊은 내용이 있었네요 배우고 갑니다 ~~
하루 10.03 13:05  
역사는 그래도 지금은 많이 바뀐 부분이 있는거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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