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막내 여직원의 장난감일까요?
과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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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 제 사무실 컴퓨터가 고장이 났습니다.
어제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그 이야기를 들은 (오지랍이면서 무슨 일이 생기면 해결하기 위해 혼자 바빠지는) 막내 여직원이 얼른 나서서 임시로 쓸 수 있는 성능 좋은 컴퓨터를 제 사무실에 갖다 주었습니다.
써 보니 정말 마음에 드는데 제 컴퓨터를 수리하거나 새로 살 때까지만 임대한 것입니다.
퇴근을 하면서 막내는 "제가 자식들보다 손이 많이 가는 사람을 만날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습니다"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오늘은 호흡기내과 검진을 받는 날입니다.
6개월에 한 번 간지 18년 정도 되었는데 아무 일이 없어서 그냥 의사 얼굴 한 번 보고, 18년간 기계에 기록된 몸의 변화를 살피는 게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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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선라이즈에서 체크아웃을 하면서 하루님께 잘 지내고 간다고 문자를 보내고 공항에 도착했는데 위 사진과 함께 메시지가 왔습니다.
"이걸 두고 가셨어요"
이게 오늘 호흡기내과 검진받는 것과 관련있는 기계 부속품인데 한국에서 새로 구입할 때까지 약 1주일 정도 의료기를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챙겨주신 하루님께 감사드리며 조만간 선라이즈에 가면 다시 받을 예정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기계에 장착된 칩을 꺼내 안경 옆에 두었습니다.
그랬는데 아침에 안경을 두고 출근하는 바람에 칩도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오전에 (직장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집에 가려고 옷을 입자 막내는 "어디 가시느냐?"고 물었습니다.
세상 모든 일에 관심이 있는 얘는 "막내는 모든 부서원들의 일을 알고 있어야 한다"며 자신만의 복잡한 다이어리를 가지고 다닐 정도입니다.
칩을 두고 온 이야기를 하자 "어쩌면 하루도 빠짐없이 사고를 치느냐"며 자신이 비록 비정규직이지만 제가 은퇴하는 날까지 나갈 수 없다고 했습니다.
오전에 잠시 사무실을 비우고 6개월만에 검진을 받으니 예상대로 정상이었습니다.
그리고 사무실로 돌아와 "나는 이제 건망증이 심해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으니 조기은퇴를 해야겠다. (제가 나가는 날 함께 나간다고 수시로 이야기한 그 막내 여직원에게) 너까지 함께 나가자고 하지는 않을 테니 마음대로 처신하거라"고 하자
"집으로 가시면 사모님, 딸, 아들에게 짐이 될 테니 그냥 정년퇴임까지 계십시오. 저 한 명 고생하면 될 걸 왜 가족 3명에게 집을 지우려 하십니까"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옆자리에는 과거에 막내가 하던 일을 한(오래 전이고 부서가 처음 생겼을 때여서 저와 둘이 근무했는데 중간에 그만두었다가 다시 들어온) 수개월 빨리 태어나 친구처럼 지내는 여직원이 있는데 마구 웃더니 "둘이 야이기하는 걸 보면 장난치는 것 같아요"라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막내가 제 장난감이라 생각하지 않는데 제가 막내 여직원의 장난감일까요?
점심 식사를 하면서 곰곰히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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