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막내 여직원의 장난감일까요?

자유게시판

 

제가 막내 여직원의 장난감일까요?

과사랑 14 107 0

그저께 제 사무실 컴퓨터가 고장이 났습니다.


어제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그 이야기를 들은 (오지랍이면서 무슨 일이 생기면 해결하기 위해 혼자 바빠지는) 막내 여직원이 얼른 나서서 임시로 쓸 수 있는 성능 좋은 컴퓨터를 제 사무실에 갖다 주었습니다.


써 보니 정말 마음에 드는데 제 컴퓨터를 수리하거나 새로 살 때까지만 임대한 것입니다.


퇴근을 하면서 막내는 "제가 자식들보다 손이 많이 가는 사람을 만날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습니다"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오늘은 호흡기내과 검진을 받는 날입니다.


6개월에 한 번 간지 18년 정도 되었는데 아무 일이 없어서 그냥 의사 얼굴 한 번 보고, 18년간 기계에 기록된 몸의 변화를 살피는 게 전부입니다.


aa3ce7d70ad57c442d3e2a92cf0567ef_1770692880_9533.jpg
지난 1월, 선라이즈에서 체크아웃을 하면서 하루님께 잘 지내고 간다고 문자를 보내고 공항에 도착했는데 위 사진과 함께 메시지가 왔습니다.

"이걸 두고 가셨어요"


이게 오늘 호흡기내과 검진받는 것과 관련있는 기계 부속품인데 한국에서 새로 구입할 때까지 약 1주일 정도 의료기를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챙겨주신 하루님께 감사드리며 조만간 선라이즈에 가면 다시 받을 예정입니다.

aa3ce7d70ad57c442d3e2a92cf0567ef_1770692881_1359.jpg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기계에 장착된 칩을 꺼내 안경 옆에 두었습니다.


그랬는데 아침에 안경을 두고 출근하는 바람에 칩도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오전에 (직장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집에 가려고 옷을 입자 막내는 "어디 가시느냐?"고 물었습니다.


세상 모든 일에 관심이 있는 얘는 "막내는 모든 부서원들의 일을 알고 있어야 한다"며 자신만의 복잡한 다이어리를 가지고 다닐 정도입니다.


칩을 두고 온 이야기를 하자 "어쩌면 하루도 빠짐없이 사고를 치느냐"며 자신이 비록 비정규직이지만 제가 은퇴하는 날까지 나갈 수 없다고 했습니다.


오전에 잠시 사무실을 비우고 6개월만에 검진을 받으니 예상대로 정상이었습니다.


그리고 사무실로 돌아와 "나는 이제 건망증이 심해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으니 조기은퇴를 해야겠다. (제가 나가는 날 함께 나간다고 수시로 이야기한 그 막내 여직원에게) 너까지 함께 나가자고 하지는 않을 테니 마음대로 처신하거라"고 하자 


"집으로 가시면 사모님, 딸, 아들에게 짐이 될 테니 그냥 정년퇴임까지 계십시오. 저 한 명 고생하면 될 걸 왜 가족 3명에게 집을 지우려 하십니까"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옆자리에는 과거에 막내가 하던 일을 한(오래 전이고 부서가 처음 생겼을 때여서 저와 둘이 근무했는데 중간에 그만두었다가 다시 들어온) 수개월 빨리 태어나 친구처럼 지내는 여직원이 있는데 마구 웃더니 "둘이 야이기하는 걸 보면 장난치는 것 같아요"라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막내가 제 장난감이라 생각하지 않는데 제가 막내 여직원의 장난감일까요?


점심 식사를 하면서 곰곰히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댓글 14
까망코 02.10  
저도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막내분이 딱히 틀린말을 하는건 아닌...ㅋㅋㅋ
농담입니다^^
늘 곁에서 말을 걸어주는 직원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한 직장 생활이죠
특히나 직위가 올라가고 정년이 가까워질수록 더욱 더...
항상 즐겁게 직장 생활을 하시는 것 같아 부럽습니다^^
과사랑 작성자 32분전  
옆자리 직원과 둘이 있을 때는 스캔들 날까 봐 식사 함께 한 적은 한 번도 없고, 말도 거의 안 했습니다.
결혼하고 애 키우다가 4년 전에 다시 와서 일하고 있는데 새로 온 동갑 막내가 오지랍을 떨고 다니는 걸 보며 둘이 상호보완 잘 하고 있어서 좋습니다.
키스 02.10  
화목한 회사생활이네요 ㅎㅎㅎ
과사랑 작성자 32분전  
화목한 건 맞는데 부모님 이후 제게 잔소리를 제일 많이 해서 귀찮기도 합니다.
인천공항 02.10  
잔소리는 하면서도 잘 챙겨주려고 하고.....ㅎㅎㅎㅎ
장난감은 아니겠죠 ^^ ;;;
과사랑 작성자 30분전  
처음 와서 수개월 지났을 때 저를 처음 봤을 때는 세상에 이렇게 좋은 분이 있나 했는데 함께 지내보니 세상에 이렇게 사고 잘 치는 분이 있는지 놀라고 있답니다.
그 옆자리에 있는 과거의 여직원은 막내에게 "나와 있을 때는 OO님이 사고를 안 쳤지만 네가 오니까 정신이 없어서 사고를 치는 거다"라고 한 적도 있습니다.
산소 02.10  
사무실 분위기가 좋네요~ㅎㅎ
과사랑 작성자 30분전  
중간보스들이 막내와 그 옆자리 여직원을 마음에 들어해서 저는 그냥 죽어 지냅니다.
무온지 02.10  
되게 좋은 관계네요~ 여직원도 주변사람 잘 챙기는 스타일 이고요ㅎㅎㅎ
과사랑 작성자 30분전  
우리 부서만 챙기면 될 걸 온 기관사람들 다 챙기느라 바쁩니다.
페리도트 02.10  
무지 부러운 관계네요 ~  장난감 보다는
과장교님이 그동안 챙겨주신게 있으니
보답하겠다는 뜻으로 보이네요 ㅎㅎ
과사랑 작성자 28분전  
좋게 생각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눈치는 있어서 째려 보면 금세 자세를 바꾸기는 하는데 문제는 제가 째려보는 걸 잘 못하는 겁니다.ㅋㅋ
문디가시나 34분전  
분위기 좋네요^^
과사랑 작성자 27분전  
다른 부서에서는 다들 우리 부서 분위기가 좋다고 합니다.
조금만 틈을 보이면 맞먹으려 해서 제가 피합니다.
제목 포토